66세 이장희, 가수 2막 시작… "나 관객에게 모두 드리리"

60대 노장 가수와의 대화는 거듭 '혼신'과 '행복'으로 수렴됐다. 1970년대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한 잔의 추억' 등을 히트시키며 스타덤에 올랐던 '세시봉 시대'의 주역 이장희(66). 그가 데뷔 42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전국 투어 콘서트에 나선다. 3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한 달 반에 걸쳐 대전, 부산, 대구, 전주 등을 돌 예정이다.

8일 오후 울릉도에 있는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울릉도와 LA에서 1년의 절반씩을 보내며 행복한 방랑 생활을 하고 있다. "콘서트다운 콘서트는 평생 처음인 것 같아요. 게다가 전국 투어까지 하게 됐으니…. 요즘 뒤늦게 음악에 대한 애정을 되찾아 감격하고 있거든요. 수십년 만에 고향을 찾은 느낌이랄까요. 그런 만큼 제 무대를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혼신의 힘을 다해 모든 걸 보여 드릴 겁니다. 관객도 저도 행복을 실감하는 그런 자리가 돼야죠."

그는 확신에 찬 어조였다. "6개월간 LA에 머물다가 2일 다시 울릉도로 들어왔다"는 그는 현재 "오랜 친구인 기타리스트 강근식과 함께 매일 집 앞 교회 안 식당에서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근식이는 일생 동안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예요. 서울에 있다가 이번에 제가 전국 투어를 한다고 하니까 연습 파트너가 돼주겠다며 함께 울릉도에 들어왔어요. 낮에는 연습하고 밤에는 술 마시면서 살아가는 얘기하고…."

당대의 톱스타가 이제야 처음 전국 투어를 하게 된 사연은 무얼까? 그는 "젊은 시절 제 가수 인생이 짧고 허무하게 끝나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71년 데뷔해 75년 대마초 파동으로 가요계를 떠났으니까요. 게다가 한창 활동하던 시절에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생방송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콘서트를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대마초 파동 당시 구치소에 20일간 있다가 벌금형을 받았던 그는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사업을 벌여 크게 성공했다. 그는 "손바닥만 한 구치소 방에 15명과 함께 갇혀 있는데 '한국 최고 스타라는 내가 이게 무슨 꼴인가?' 싶었다"고 했다. "이상하게 '가수는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는 확신이 들었고 이후 다시 노래하겠다는 생각을 좀처럼 하지 못했어요. 가수 복귀에 대한 꿈을 꾸게 되면 사업을 제대로 못 할 것 같았죠. 무슨 일에 빠지면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성격인지라…."

그런 그의 차가운 가슴에 다시 불을 지핀 건, 2년여 전부터 몰아친 '세시봉 열풍'이다. "오랜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화음이나 한번 맞춰보자는 생각으로 방송에 나갔는데 뜻밖에 저를 기억하고 찾는 팬이 많더라고요. 그 후로 집에서 매일 기타를 잡고 노래하다 보니 음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어요."

가요계를 떠난 뒤에도 꾸준히 노래를 만들어 동료·후배들에게 건넸던 그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자부심이 강했다. 특히 팬들은 '마시자 한 잔의 술' 같은 그의 생활형 구어(口語)체 가사에서 짙은 감성을 느꼈다. "가사를 쓰는 데 일주일쯤 걸렸어요. 오히려 선율을 만드는 건 1시간이면 충분했죠. 제 창작의 유일한 철학이 있다면 괜히 뜬구름 잡는 얘기하지 말고 평소 일상에서 쓰는 말을 이용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달 말쯤엔 그런 그의 노래가 한 장의 CD에 집약된 앨범도 발표된다. 작년 여름 함춘호 밴드와 함께 녹음한 곡들이다. 이장희의 두 번째 가수 인생은 이렇게 벅찬 출발선상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