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안전자산에 돈 몰릴 것… 신흥국 채권·회사채 주목하라"

작년 한 해 자산시장에선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의 재정위기와 미국ㆍ중국의 경기 둔화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인 채권이 높은 인기를 누린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전망은 어떨까. 머니섹션 M이 글로벌 채권시장 동향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는 채권 투자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영국 글로벌 투자회사인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의 앤드루 웰스(Andrew Wells) 글로벌 채권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07년부터 피델리티의 글로벌 채권 투자전략을 총괄해 왔다. 현재 687억달러(약 74조원) 규모의 채권자산 운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웰스 CIO는 최근 머니섹션 M과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투자자들은 올해에도 채권처럼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을 선호할 것"이라며 "신흥국 채권과 우량 회사채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유로존 위기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는 시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그는 "올해 주식시장은 중기적으로 보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러 요소에 따라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올해도 채권 시장의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신흥국 채권 강세 예상…통화가치 절상될 것

―신흥국 채권의 강세를 점치는 이유가 궁금하다.

"작년에도 신흥국 채권은 꽤 좋은 수익을 냈다. 올해는 작년과는 다른 요인으로 신흥국 채권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로 신흥국 통화의 평가 절상(환율 하락)이다. 작년부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인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자산 매입 등으로 직접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정책을 펼치면서 선진국 통화의 유통량이 증가하고 있다. 또 신흥국의 경우, 선진국과 비교할 때 부채비율이나 재정 적자 규모가 훨씬 건전한 편이다. 이런 점이 환율에 반영되어 신흥국 통화 가치가 오르면서 신흥국 국채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통화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 국가를 꼽는다면.

"현재 경제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인도의 루피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본다. 또 러시아 루블화를 비롯해 동유럽 국가의 통화가치도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앞으로 이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통화가치 절상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나.

"브라질과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와 인도 등 아시아 국가 채권 중 상대적으로 현재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들이 있다. 이들 국가의 정치·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신흥국 국채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국채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

◇美·中 경기는 회복 전망…유럽은 아직

―올해 미국 경기와 금융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일단 미국 의회가 극적으로 재정절벽(감세혜택 종료와 급격한 재정지출 감소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는 것) 방지 법안에 합의한 점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다. 일부 재정긴축안 시행에 따른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미국 경제는 3~3.5%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주택 경기 회복세와 실업률 개선세에 따라 가계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중국 경제는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완전히 경기가 회복됐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전반적으로 좋게 보고 있다. 최근 중국의 산업생산 등 주요 거시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로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고정자산 투자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타면 다른 아시아 지역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유럽 경기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나.

"유럽중앙은행(ECB)의 강력한 정책 대응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실업률이 높고 다양한 정치ㆍ정책적인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국채 고평가…우량 회사채에 주목"

―미국과 중국 경기를 낙관하는데 왜 채권 투자를 권하나.

"중기적으로 증권시장은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럽 지역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증시의 등락폭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채권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 채권시장에 관심 갖는 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일부 선진국의 우량 국채는 현재 적정 가치보다 고평가된 상태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정책금리가 다시 올라가면 예상보다 빠르게 국채 가치가 내려갈 수 있다. 그러므로 선진국의 우량 회사채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등급의 우량 회사채는 해당 기업의 실적 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본다. 그 외에 투자부적격 등급의 하이일드 채권의 수익도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할 때에는 회사의 부도 위험이 큰 만큼, 투자부적격 등급 중에서도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량 회사채에 투자할 때의 주의점은.

"올해 우량 회사들의 인수·합병(M&A)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시장 조달금리가 낮고 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많은 상황에서는 리레버리징(re-leveraging·부채 재확대)을 통한 M&A가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회사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채권 투자자가 주의할 점을 꼽는다면.

"투자원금 회수 기간이 긴 채권보다는 짧은 채권 위주로 투자하는 편이 좋을 것으로 본다. 또 글로벌 양적 완화 기조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농산물ㆍ원자재 가격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아 신흥국 채권 투자 수익이 흔들릴 수도 있어서다. 이 경우엔 신흥국의 물가연동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통해 대비하는 방안을 고려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