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지자체 문화센터도 있다, 전남 장흥에

지난 10일 오후 전남 장흥군 읍내에서 차로 5분가량 떨어진 억불산 '우드랜드'. 이 휴양림 초입엔 장흥군이 2011년 1월부터 운영하는 '전남 목공예센터' 건물 두 동이 있다. 목공예품 전시·판매(앞) 건물과 작업장(공방)·전시실·교육장 건물이다. 이날 앞 동 판매장에선 방문 관광객 10여명이 나무로 만든 만년필과 볼펜, 각종 기념품·장롱·탁자·침대·의자 등 2만~200만원인 편백 목공예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신애자(62·광주 신가동)씨는 "입장료가 무료라 산에 오르기 전 자연스럽게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의 문화센터와 박물관 등이 방만한 운영으로 예산만 축내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지만 이 목공예센터는 이례적으로 흑자를 낸다. 지자체와 목공예센터가 합심해서 예산을 절감하고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낸 덕분이다. 전남도·장흥군·목공예센터는 설립 초기부터 '돈 안 먹는 하마'를 만들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도와 군은 국비 등 70억원이 드는 목공예센터 부지를 물색하다가 편백숲이 빼곡한 우드랜드 앞을 주목했다. 이 휴양림 관광객을 끌어들여 관광과 문화를 접목해 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신성윤 군 목공예센터 주무관은 "성인 기준 입장료 2000원을 받는 우드랜드 매표소 바로 밑에 무료입장 목공예센터를 세운 전략이 효과를 봤다"고 했다.

2년간 이 센터의 누적 관람객은 59만명. 우드랜드 입산객의 3분 1이 이곳을 거쳤다고 한다. 한 해에 단 몇만명도 채우지 못하는 타지역 문화센터들과 비교가 안 되는 실적이다.

이 센터는 독특한 운영 시스템도 갖췄다. 장흥 목공예센터는 지난해 4월부터 문화센터로는 특이하게 경매를 실시한다. 도내 목공예 장인들이 만든 우수 작품을 시중 가격의 50% 수준에서 판매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열리는 '토요 경매'는 지금까지 27회 열렸고, 목공예품 228점 중 113점이 낙찰됐다. 센터는 운영비 회수를 위해 공방 6곳 중 1곳은 군이 직영하면서 수익을 낸다. 남은 5곳의 공방은 연간 400만원의 임대료로 외부 목공예 장인들에게 분양했다. 센터는 수익구조를 만들고, 장인들은 판로를 확보한 것이다.

처음엔 적자만 내지 말자는 생각이었는데, 2년간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서 오히려 흑자가 났다고 한다. 직영 공방은 2년 동안 현장·방문 판매와 공모 사업, 설치미술 사업, 임대료 수입 등을 통해 연간 3억7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인건비와 사무용품 구입, 건물 두 동의 관리 운영비 등으로 연간 2억5000만원이 나가기 때문에 1억2000만원의 직·간접적인 순수익이 생겼다. 군은 "열악한 군 재정을 감안해 적자를 줄이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흑자가 났다"고 밝혔다. 군은 올해 직영 공방 수익이 두 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호성(42) 센터장은 "문화센터는 적자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런 편견을 바꿔보고 싶었다"면서 "이곳은 지자체가 좌판만 깔아주고 이후 민간이 알아서 수익을 내며 스스로 운영하는 구조여서 추가 운영비가 필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