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ch19] "눈으로, 맛으로 읽는 책… 지루할 틈 없으실걸요"

"아나운서로 여러 프로그램을 맡을 때는 참 예쁘고 좋은 브랜드 옷을 입었지만 내 스타일은 아닌 느낌이었죠.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저에게 꼭 맞는 맞춤옷 같아요."

1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아나운서 출신 작가 손미나(41)는 기대가 가득했다. "유명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공부도 많이 될 것 같고 아주 좋아요."

그를 설레게 하는 것은 14일 밤 12시 10분 처음 방송하는 TV조선의 책 토크쇼 '북잇(it)수다'다. 손미나는 매주 월요일 밤 조선일보 문화부 어수웅 기자, 출판평론가이자 한양대 교수인 표정훈씨 등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책 좀 읽는 사람들'이 유쾌한 수다를 통해 '화제의 책(it book)'에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저자를 초대해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다. 종합편성채널이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만든 건 처음이다. "기존 책 소개 프로그램은 눈꺼풀이 내려앉을 정도로 굉장히 어렵고 지루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책 내용을 편안하고 재미있게 가슴으로 느끼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손미나는 "세 명의 진행자가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했다. "어수웅 기자는 표절 논란 등 누구나 궁금하지만 껄끄러운 질문을 던지고, 표정훈 교수는 문학적인 의미를 깊이 있게 물어요. 저는 그 사이에 교통정리를 맡았죠. 제가 가장 궁금한 글 잘 쓰는 노하우도 묻죠."

프로그램에는 책에 묘사된 음식을 직접 요리해 맛보는 '맛으로 읽는 책' 코너, 독서 동아리나 일반인이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눈높이 책읽기' 코너도 있다. 손씨는 "야밤에 음식을 요리해 시청자들의 야식 욕구를 자극할 것 같아 죄송하다. 책에 등장한 음식을 먹어보고 저자에게 '당신이 표현한 맛이 이것이 맞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첫회에는 최근 '지옥설계도'를 낸 소설가 이인화가 출연하고, 2회에는 소설 '7년의 밤'의 정유정 작가가 나온다. 얼마 전에는 런던을 방문, 세계적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을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책 소개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숨겨진 작가의 모습을 찾는 인간적 토크가 진행된다"고 했다. "픽션에는 작가의 모습이 투영되잖아요. 그 인간적 모습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작품을 다시 읽어보려 해요. 국내 작가뿐만 아니라 한국 독자들에게 인기있는 해외 작가들도 꾸준히 소개하려고 해요."

KBS 아나운서 출신인 손미나는 2006년 스페인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이듬해에는 퇴사해 아예 여행작가로 변신했다. 그는 "한 번도 내가 선택한 작가의 길을 후회한 적 없다"고 했다. "10년간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보니 방송 편성표에 더는 새로 맡을 프로가 없을 정도였죠. 매너리즘에 빠졌고, 여자 아나운서로의 한계에 자괴감도 느꼈어요.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보람된 일을 찾기 위해 새 도전을 했습니다."

세 권의 여행 에세이, 한 권의 소설책을 낸 그는 현재 프랑스 여행기를 집필 중이다. 손미나는 "여행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친구나 직장 상사, 파트너 등에게 받는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는 통로 중 하나"라며 "삶의 여유를 잊고 기계처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행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여행 에세이 10권을 쓰는 게 목표예요. 제 개인사(史)뿐 아니라 세상 인간사를 두루 담고 싶어요."

그는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건너가 겪은 일화를 들려주었다. "시(詩) 짓기 시간이었어요. 주제는 나무였죠. 저는 펜과 종이를 꺼냈죠. 그런데 선생님은 학생들을 밖으로 내보내더니, 나무를 끌어안고 냄새를 맡아본 후 느낀 점을 써보라고 했지요. 그리고 '네 인생의 첫 시를 쓴 것을 축하한다'라고 말했어요. 제가 그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도 느꼈으면 좋겠어요. 복잡하고 어려운 게 아니라 치유하고 감동하고 삶 속에 살아있는 문학을요."

오늘 밤 12시 10분 첫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