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新컨버전스 시대] 창문 같은 투명 화면, 스마트폰 닮은 TV로 변신

LG전자는 요즘 TV를 스마트폰처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과 손잡고 '구글 3.0 TV'를 내놓았고, '스마트 얼라이언스'라는 TV업체 간 연대를 통해 TV에서 즐길 수 있는 앱을 확충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모두 TV를 단순 시청 도구가 아니라 각종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즐길 수 있는 홈엔터테인먼트 기기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노석호 TV사업부장은 "마치 스마트폰처럼 보다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기게 하겠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IT 업계에선 올해 주요 트렌드로 기술의 진보, 기기 이용 방법의 혁신과 함께 상상 이상의 컨버전스를 꼽고 있다. 기술 수준이 엇비슷하게 발전하면서 누가 더 사용자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복합 제품을 출시하느냐가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13일 올해 처음으로 내놓은 카메라인 'WB 250F'라는 콤팩트 카메라는 카메라인데도 와이파이(무선랜) 접속 기능을 갖추고 있는 모델이다. 별도의 메뉴(아이콘)가 있어 촬영한 사진을 페이스북·블로그 같은 소셜네트워크에도 손쉽게 올릴 수 있다. 예전처럼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케이블로 연결해 컴퓨터로 보낸 뒤 컴퓨터에서 다시 페이스북에 올려야하는 불편함을 없앴다. 삼성은 최근 카메라에 이런 네트워크 기능을 강화한 모델을 집중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작년 말에 내놓은 '갤럭시 카메라'는 'WB 250F'보다 가격이 높은 70만원대 모델이긴 하지만 일반 휴대폰처럼 LTE(4세대 이동통신)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신종균 사장은 "앞으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새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젠 카메라를 단순 촬영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 간의 주요 교감·소통 수단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이다.

일부 업체들은 자기 본연의 사업 쇠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컨버전스는 반드시 이뤄야만 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미국 HP와 일본 소니는 노트북PC와 태블릿PC를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PC를 출시했다. 태블릿 시장이 커지고 기존 노트북 시장이 줄어들자, 노트북 중심이었던 HP와 소니가 대항 카드로 꺼내놓은 모델이다. 평소엔 노트북으로 쓰다가 외출 때는 화면 쪽만 뽑아 들고 나가 태블릿으로 쓸 수 있다.

새로운 차원의 접목도 시도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말부터 26인치와 47인치 규격으로 투명 디스플레이를 양산하고 있다. 평소엔 투명 유리와 비슷한데 전원을 켜면 TV나 광고 동영상이 나오는 전자화면이다. 집 안에서 창문에 걸어놓고 쓰거나 백화점에서 광고용으로 쓸 수 있게 출시됐다. 회사 관계자는 "전자제품 간 통합을 뛰어넘어, 실내 공간이나 주변 환경과의 조화·융합을 추구하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광고 디스플레이용 등 제한적으로만 쓰이지만 머지않아 TV 쪽으로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고려대 조명현 교수는 "과거 모바일 기기 시장에선 휴대폰, MP3플레이어, PDA(개인휴대 단말기) 등이 경합을 벌였지만 결국 모두 휴대폰에 흡수 통합됐다"며 "컨버전스는 성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올해 IT 시장에서 경시할 수 없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