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까지 왕복 520일… 수면장애·우주입자가 걸림돌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35년 유인(有人) 화성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화성을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520일 정도로 추산된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발사 8일 만에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뒤 지구에 돌아온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최근 장기간 우주여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화성을 비롯해 장기 여행을 준비 중인 우주비행사의 건강관리와 연구 활동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화성 여행, 잠이 최대 걸림돌

유럽우주기구(ESA)와 러시아·중국은 장기간 화성 여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화성500 (Mars500)'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우주비행사 6명은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 마련된 우주선 모형에서 520일 동안 격리됐다가, 2011년 11월에야 처음으로 바깥 공기를 맡았다.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연구진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프로젝트 참가자들에서 나타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운동 감소였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다들 게을러진다는 뜻이다. 우주비행사들은 처음엔 의욕에 넘쳤지만 곧 눈에 띄게 움직임이 둔해졌다. 임무 마지막에는 대부분 시간을 비디오 게임이나 독서·영화 감상 등으로 보냈다. 소파 위를 떠나지 않는 전형적인 주말 남성의 모습으로 바뀐 것.

수면 형태도 바뀌었다. 3명은 임무 마지막에 시작 때보다 평균 한 시간을 더 잤다. 만성적인 불면증에 수면 주기가 25시간으로 바뀐 사람도 있었다. 연구진은 "장기간 우주여행에서 서로 수면 시간이 맞지 않고 수면의 질이 나빠지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우주비행사를 소파에서 일어나게 하려면 먼저 조명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선에는 보통 형광등을 쓰는데 가시광선 중 주로 녹색과 황색 파장대의 빛을 낸다. 연구진은 청색 파장대 빛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동틀 무렵 햇빛에는 청색 파장의 빛이 많다. 파란빛은 뇌에 깨어나라는 신호가 된다.

◇우주에선 몸이 ET 닮아가

화성500 프로젝트는 장기간 격리 생활만 실험했다. 실제 우주 환경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우주정거장 상주 우주비행사를 통해 많이 밝혀졌다. 단기적 변화는 주로 중력(重力)이 사라지는 데서 나온다. 중력이 있는 지구에서는 혈압이 머리에서 다리로 내려갈수록 높아진다. 우주에서는 혈압이 머리나 다리나 똑같아진다. 자연 머리에 피가 더 많이 몰려 얼굴이 부풀어 오른다. 아래로는 피가 전보다 덜 가 허리둘레가 6∼10㎝ 줄어든다. 척추가 중력을 받지 않아 키는 5㎝ 정도 커진다.

뼈에서는 칼슘이 한 달 평균 1% 줄어든다. 근육에서는 단백질도 빠져나간다.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에 탑승했던 우주인들은 1년 뒤 20%의 근육 단백질이 감소했다고 한다. 결국 영화에서 보는 우주인처럼 머리가 크고 하체는 부실한 모습이 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영화에서처럼 우주선 내부에 인공 중력을 만드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다. 국제우주정거장 우주비행사들은 대신 중력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아래로 끌어당기는 번지점프용 밧줄을 몸에 매달고 러닝머신 위를 달린다.

◇치매 부르는 우주 입자

장기적으로는 우주 입자의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원전 사고 현장에서 방사선에 노출되듯 전기를 띤 우주 입자들이 몸을 수시로 관통하면 암이나 심혈관·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여기에 뇌도 위험하다는 연구결과가 추가됐다. 지난해 말 미국 로체스터대 의대연구진은 국제 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우주 입자에 장기간 노출되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주 입자가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밝힌 연구 결과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철과 같이 질량이 크고 전기를 강하게 띠는 우주 입자다. 우주비행사들은 유해물질을 막는 방호복을 입지만 철 우주 입자는 180㎝ 두께의 납이나 콘크리트벽도 뚫고 지나간다. 연구진은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에 있는 입자 가속기로 이런 우주 입자를 만들어 생쥐에게 쏘였다.

실험 결과 우주 입자에 노출된 지 한 달 만에 생쥐는 기억력 시험에서 눈에 띄게 성적이 나빠졌다. 몇 달 후에는 뇌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양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유인 우주 탐사 계획을 세울 때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