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광고 파노라마] [3] "살찌지 않아 고민이신가요?"

1934년 5월 3일자 조선일보 3면에 '비만제(肥滿劑)' 광고가 실렸다. 비만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비만하게 만들어 준다는 약 광고다. '신체 수척(瘦瘠)하야 각종 요법도 효(�C) 업고 곤란한 분'을 상대로 '해(害) 업시 신체 비만하는 묘약'에 관해 선전하고 있다. 비만이 건강의 적으로 취급되고, 남녀노소 너도나도 살 빼기에 관심을 갖는 요즘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시대였음이 실감난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수십 년 전 이 땅에선 비만은 건강을 뜻했다. 어린이 영양제 '에비오스' 광고는 '잘 살찝니다'를 대표적 효능으로 내세웠다(1934년 8월 28일자). 다른 영양제 광고들도 효능 속에 '살이 찐다'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식물 호르몬 활용약'이라는 '네오네오기'는 6단이나 되는 대형 광고에 밤톨만 한 글씨로 '비대(肥大)해지고 혈색 증가!'라고 굵은 제목을 붙이거나(1935년 12월 28일자), '(이 약을 먹으면) 비만체가 된다'(1937년 5월 9일자)고 광고했다.

적당히 통통하게 살찌는 것은 1920~30년대 이 땅에서 많은 사람의 소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문의 여성·가정란에도 '살찌는 법'을 알려주는 기사가 종종 실렸다. 가을로 접어들면 '여름에 마른 살, 가을에 찌우자'라는 구호 같은 제목의 신문기사가 등장했다(1933년 9월 7일자). '여윈 이가 살찌려면'이라는 기사는 낙천적으로 생활하고 간유(肝油)등 자양제를 복용하라고 했다(1932년 6월 21일자) '살찌는 법 이야기'라는 기사는 '너무 꼬치꼬치 말으는 것도 한가지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질소를 많이 포함한 어류·육류·계란·콩 등의 식품을 추천하며 '음식이 잘 소화되어야 살이 찔 것'이니 천천히 식사하라고 권하고 있다(1934년 7월 17일자).

물론 1930년대에도 젊은 여성들은 날씬한 몸매를 부러워했다. 1936년 9월 20일자 기사에서는 '몸집이 호리호리한 것은 옙부다 하야, 작고 야웨여질 궁리만 내는 것이 요사히 일 업는 여자들의 일반적 경향'이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젊은 여자들의 야웨여지려는 무리한 유행으로 말미아마, 세계의 폐병 예방은 방해가 된다… 폐병 예방의 철저를 도모하랴면 위선 여자들의 몸단장을 못 하도록 하여야겟다"는 제네바국제연맹 보건위원회의 보고서를 소개하며 다이어트하는 여성들을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