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위 마천루와 모스크… 지루할 틈 없는 꿈의 항해

메마른 산과 해안의 바위 절벽…. 무스카트, 카사브, 푸자이라 등 아라비아 반도 일대 항구도시들의 표정은 건조했다. 하지만 자칫 황량하고 삭막하게만 보였을 그 풍경도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는 크루즈의 여정에 더해지자 문장 속의 쉼표처럼 리듬감을 만들어냈다. 항구에서 항구로, 도시에서 다음 도시로 가는 과정도 단순한 이동(移動)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길거리인 크루즈는 밀도(密度) 높은 여행이다.

◇바위산과 돔 지붕… 이국적인 풍경들

크루즈 여행은 보통 이른 아침 기항지(寄港地)에 도착해 한나절을 보내고 저녁에 다음 목적지로 떠나는 식으로 구성된다. 8만6000t급 크루즈선 '코스타 아틀란티카'는 지난 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출항해 이튿날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 입항했다. 배가 항구에 들어서자 바위산을 따라 이어지는 옛 요새의 성벽과 망루가 눈에 들어왔다. 부두에서 20분 정도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수크(souk·중동 지역의 전통 시장)가 있다. 갖가지 장신구, 전통 의상, 공예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미로처럼 뻗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향을 피워 올리는 향료 가게들도 곳곳에 있어 시각뿐 아니라 후각으로도 이국적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오만의 항구도시 카사브에서는 '다우(dhow· 중동 지역의 전통 배)'를 닮은 보트를 타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육지 깊숙이 파고들어간 협만(峽灣)을 따라 들어가면 '텔레그래프 섬'에 닿는다. 과거 영국이 전신(電信) 기지를 설치했던 작은 섬이다. 기슭에서 30m쯤 떨어진 곳에 잠시 배를 세우면 사람들은 투명한 바닷물에 줄줄이 뛰어들어 섬까지 헤엄쳐 간다. 항구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선 배 위에서 내는 휘파람 소리에 따라 수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돌고래들이 인기다.

규모도, 모양도 제각각인 모스크(이슬람교 사원)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UAE 아부다비의 그랜드 모스크는 크고 작은 돔 지붕 82개를 갖춘 거대한 규모와 정교한 실내 장식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반면 UAE 푸자이라의 알 비디야 모스크는 언뜻 일반 주택처럼 보일 정도로 작다. 관광 가이드에 따르면 "UAE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라고 한다. 모스크 뒤쪽의 얕은 언덕에 오르면 늘어선 야자수 너머로 바위산이 겹겹이 펼쳐져 있다.

◇적극적일수록 즐겁다

배에 머무는 시간에 최대한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코스타 아틀란티카는 길이 292m에 객실이 1000개가 넘는 대형 크루즈다. 5개의 레스토랑과 10여개의 바, 스파와 자쿠지(거품 욕조)를 갖춘 헬스장, 풀장, 카지노 등 다양한 시설에서 밤늦게까지 즐길거리가 펼쳐진다.

승객들의 반응이 가장 열광적이었던 프로그램은 저녁식사 후 펼쳐지는 댄스파티. 그날그날 콘셉트가 조금씩 달라진다. '70년대 댄스파티'에서는 'YMCA' 같은 옛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기항지에서 구입한 중동 전통의상 차림으로 드레스 코드를 지정하기도 한다.

1300여명을 수용하는 레스토랑에서는 저녁식사 도중에도 짧은 댄스 타임이 벌어진다. 춤추는 이들을 바라만 봐도 어깨가 들썩이지만 그 안에 섞여 몸을 움직이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크루즈는 적극적일수록 즐거운 여행이다. 티셔츠 페인팅, 퀴즈게임 등 주로 낮 시간에 배에 남는 승객들을 위해 진행되는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저녁 시간 선내 극장에서 벌이는 공연도 빠질 수 없는 구경거리다. 하이라이트는 웨이터, 요리사, 객실 담당 직원 등 승무원들이 무대에 오르는 공연이다. 전문 가수나 무용수에 비하면 다소 서투른 솜씨지만,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평소의 친절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환대(歡待)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밤늦게까지 즐기려면 잘 먹어야 한다. 배에서는 세 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곳곳의 식당에서 간식과 야식도 낸다. 추가 요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다.

틈틈이 쉬어서 체력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다. 스파에서는 대나무와 돌 등을 이용한 마사지를 한다. 남자들은 뷰티숍에서 면도 서비스도 받아볼 만하다. 40여분 동안 피부 마사지를 겸한 면도를 하고 나면 몸이 한결 가뿐해진다. 조용한 객실에서 휴식하는 것도 좋지만, 날씨가 좋다면 갑판의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하거나 책을 읽어도 좋다. 뱃고동 소리, 바닷바람 소리, 맥주며 칵테일을 마시는 사람들이 잔을 부딪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온다.

크루즈 여행 TIP

저녁 정찬·물놀이… 상황에 맞는 옷 여러 벌 챙겨가세요

크루즈 여행을 하려면 옷을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게 좋다. 엄격한 강제는 아니지만 선내에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가 있고, 상황이나 날씨에 따라서도 다양한 옷이 필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녁식사 중에는 '갈라(gala·격식을 갖춘 옷)'로 복장을 규정하는 정찬이 있다. 격식을 갖춘다 해서 정장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 남자는 재킷에 넥타이 정도면 적당하다. 여자는 드레스가 좋지만 없다면 깔끔한 원피스도 무방하다. 남녀 모두 여기에 맞는 구두나 한두 가지 액세서리를 갖추면 된다.

코스타 아틀란티카 호는 오는 5∼6월 운항 지역을 아시아로 옮길 예정이다. 싱가포르에서 출항해 말레이시아의 페낭·랑카위·말라카, 태국 푸켓 등을 경유하는 노선을 운항한다. 기항지가 대부분 휴양지인 만큼 바다에 들어가거나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복장을 갖추는 편이 좋다. 기항지가 더운 지역이어도 밤에 갑판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면 쌀쌀할 수 있으므로 바람을 막아 줄 긴소매 겉옷도 챙기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