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중국" 투자자 쇄도… 양곤行 항공 증편 붐

지난 6일 밤 10시 30분 미얀마의 양곤 국제공항. 인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KE471편이 도착하자, 200명의 사람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캐주얼 정장 차림이었다. 미얀마에서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날아온 한국 기업인들이다. 지난해 9월 양곤 직항 노선에 취항한 대한항공은 속칭 '대박'을 쳤다. 2개월 만에 기존 항공기보다 2배 큰 280석 규모의 항공기를 투입했다. 연말부터는 편수도 주 4회에서 7회로 늘렸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12월부터 주 2회 부정기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양곤으로 향하는 비행기에는 시장 조사를 나서는 기업인들로 가득 차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옛 수도)의 호텔들은 방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세도나 호텔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방값이 하루에 50~60달러였는데, 올해는 190~200달러 수준"이라며 "그래도 수요가 넘친다"고 말했다. 군사 쿠데타에 이은 군부 독재, 민주화 탄압,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로 인한 고립으로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미얀마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세계 기업들, "가자 미얀마로"

양곤 국제공항 도로 입간판의 '황금의 땅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Golden Land)' 문구처럼 미얀마는 전 세계 기업인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전 세계 유명 기업들은 최근 앞 다퉈 미얀마 진출을 발표했다. 마스터카드와 비자는 미얀마 정부와 신용카드 사업을 준비 중이며, 제너럴일렉트릭(GE)은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코카콜라는 앞으로 3년간 2억달러를 투자해 현지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일본은 더 적극적이다. 일본은 한때 미얀마를 식민 지배한 바 있다. 마루베니·미쓰비시·스미토모 컨소시엄은 양곤 부근에 대형 경제특구를 개발하기로 했다. 지난 3일에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미얀마를 방문해, 미얀마가 일본에 지고 있는 5000억엔(6조원) 빚 중 3000억엔(3조6000억원)을 탕감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얀마의 풍부한 농산물과 수산자원도 주요 공략 대상이다. 마루베니는 올 들어 미얀마에서 생산된 쌀과 자연산 새우를 일본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토추상사는 그동안 식용 검은깨를 미얀마 업자로부터 사들인 뒤 일본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해왔는데 올해는 미얀마 현지에 참기름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얀마는 세계 최대 깨 생산국이다. 박정환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무역법인 대표는 "최근 일본의 10대 종합상사가 모두 미얀마에 진출했다"며 "국내 기업들은 1~2명의 주재원을 두는 데 반해, 일본 기업들은 5~10명씩 파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 바람 타고, 한국 기업들 진출 러시

양곤에서 북쪽으로 35㎞ 떨어진 핀마빈 산업공단의 미얀마포스코 공장. 이 공장에서 생산한 아연도금 강판은 우기(雨期)가 긴 미얀마에서 함석 지붕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1999년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한 미얀마포스코는 아연도금 강판 시장에서 점유율 1위(25%)를 기록하고 있다. 2011년 매출 2773만달러, 순이익 531만달러로 순이익률이 20%에 육박한다. 보통 철강회사는 순이익률 5%를 넘기 힘들다. 덕분에 미얀마포스코는 포스코 해외법인과 법인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창규 미얀마포스코 법인장은 "지붕재 업체 최초로 TV 광고를 벌이는 등 명품 마케팅 전략으로 경쟁 일본 업체들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현지에서 인기다. 양곤 시내 곳곳에서는 삼성 갤럭시 S3와 TV를 선전하는 대형 광고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 미얀마에 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 S3는 판매량이 예상(500대)보다 6배나 많았다. LG전자도 현지 주민들이 "TV는 LG"라고 할 정도로 인기다.

국내 중소기업 역시 대거 진출했다. 현재 미얀마에는 60여개 봉제업체가 진출해 5만여명의 현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한국 봉제업체 관계자는 "미얀마 근로자 월급은 월 40달러로 중국의 10분의 1, 태국의 6분의 1 수준"이라며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미얀마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