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세상을 바꿀 CEO] "오비·카스 우리 브랜드로 하는 수출 확대"

국내 1위 맥주회사인 오비맥주는 일본 등 35개국에 30여종(種)의 맥주를 수출하고 있다. 홍콩 시장 점유율 1위 맥주인 '블루걸'은 전량 이 회사 광주 공장(광주광역시)에서 만든다. 하지만 수출 맥주의 90%에는 남의 상표가 붙는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수출이 아쉬운 점이다.

올해부터는 수출 내용, 해외 공략의 판(版)을 바꿀 계획이다. "2007년 회사가 어려워져 공장 폐쇄까지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공장을 닫거나 놀리는 것보다 낫다고 해서 시작한 수출입니다. 그게 이만큼 늘어 작년 1억달러 수출탑도 받았습니다. 이제 또 한 단계 진화해야지요. 바로 올해부터죠. 국내 1위를 확실히 굳혔어요. 올부터는 '카스' '오비' 같은 우리 브랜드로 하는 진짜 수출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선봉에는 장인수(58) 오비맥주 사장이 있다. 장 사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고, 2011년 하이트진로에 15년간 내줬던 1위 자리를 탈환하고 격차도 더 벌렸다. "올해 국내 맥주시장은 작년보다 1.5% 축소될 걸로 보입니다. 해외 시장 이외에는 답이 없죠. 작년 처음으로 호주에 수출한 '오비 골든라거'는 올 주문량이 두 배 늘어났습니다. 뜻이 있으니 길이 열리네요." 해외 시장 중 타깃은 중국과 일본이다.

◇"롯데, 이미 맥주시장 진입한 것으로 평가"

해외 공략 전략은 국내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맥주시장은 이미 전환기에 들어섰다. 세븐브로이 같은 중소 맥주업체뿐 아니라 롯데칠성음료 같은 대형 업체가 맥주 제조 면허를 받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양대 체제에 균열이 가고 있다.

그는 "롯데가 파일럿 시설(시험 생산)로 볼 수 없는 상당한 규모의 맥주 제조시설을 독일에서 주문하고 핵심 인력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맥주시장에 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의 빗장'이 풀린 만큼 일본처럼 다양한 지역 맥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도 했다.

소비자들도 변하고 있다. 수입 맥주 붐이 일어 시장의 5%를 넘었다. "200여종의 수입 맥주 중 성공하는 것은 10여종 미만이지만 세계 여러 맥주를 맛본 소비자 입맛은 그 어느 때보다 무섭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지난해 오비 골든라거를 출시하고 17년 만에 '카프리'를 리뉴얼할 때 그는 두 제품 모두 예정된 출시 시점을 6개월 이상 늦췄다. 직원들에게는 "원래 있던 일정표는 잊고 맛부터 병뚜껑까지 싹 바꾸라"고 지시했다.

'국산 맥주가 맛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고 물었다. "우리가 반성해야 해요. 다만 우리 입맛에 적응한 결과이지 기술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호가든'(벨기에 맥주 브랜드) 생산 라이선스를 가진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러시아밖에 없습니다. 매번 벨기에에 시제품을 보내는데 자기네가 직접 만든 것보다 맛있다고 합니다."

◇거래처에 매달 문자 보내고, 공장 직원까지 다 만나

장 사장은 업계에서 '영업의 달인'으로 통한다. 요즘도 도매상 사장들에게 매달 한 번씩 200자 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작년에는 6월부터 생산 직원 750명과 간담회를 열었다. 수백명씩 불러 놓고 하는 게 아니라 20~30명씩 팀 단위로 3~4시간씩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건의사항을 들었다. 작년 12월 27일에 마지막 간담회를 끝내고 결국 장염과 몸살로 앓아누웠다. 의사는 '과로 탓'이라고 했다. 그는 반달 눈을 하며 "2년에 걸쳐 아팠으니 올해는 안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도 협력업체를 방문해 사장부터 노조위원장까지 만나 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