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1년 새 총자산 50% 늘어난 ETF 투자 가이드

서울 마포에 사는 30대 주부 최모씨는 최근 생전 처음으로 ETF(상장지수펀드)를 300만원어치 샀다. 얼마 전 학부모 모임에 갔다가 아이 친구 엄마들이 ETF를 사서 수익을 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펀드와 달리 ETF가 주식처럼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서울 강남에 사는 고액 자산가인 50대의 김모씨는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5000만원어치 샀다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한 달도 안 돼 10%대 수익이 났다. 김씨는 "생각보다 빨리 수익이 나서 좋긴 한데, 올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낮아졌기 때문에 이 돈을 세금을 피하면서 어디에 다시 투자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입소문을 타고 ETF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중산층이고 자산가고 가리지 않는다. 작년 한 해 ETF의 순자산 총액은 전년보다 50% 가까이 늘어나 15조원에 육박했다.주식 펀드에서 자금이 빠지는 와중에도 주식 시장에 상장된 ETF의 성장세는 견고하다.

ETF는 일반 펀드보다 수수료도 낮고, 주식처럼 시장에서 바로 사고팔 수 있어 간편하다. 최근에는 주식이나 해외채권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 A주나 구리 실물 등에 투자하는 ETF가 등장하면서 골라 투자하는 재미가 더 쏠쏠해졌다. 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 ETF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왜 투자자들은 ETF에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ETF를 머니섹션 M이 파헤쳐봤다.

◇각양각색 국내 ETF, 뭘 고를까

현재 국내 거래소에는 ETF가 135개 상장돼 있다. 작년에만 ETF 29개가 새로 출시됐다. ETF 종류는 다양해졌어도 최근 돈이 몰리는 ETF는 따로 있다. 바로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 ETF들이다. 1900대 박스권을 맴돌던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2000을 재돌파하면서 증시 축소판인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ETF들이 주목받는 것이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ETF 5개 중 4개가 코스피200 ETF였다. '삼성KODEX200'과 '미래에셋TIGER200' ETF에는 각각 7585억원, 4358억원이 순유입(유입액이 유출액보다 많은 것)됐다. 중국 관련 ETF도 흥행몰이 중이다. 중국 내국인만 투자할 수 있는 중국 본토 A주에 직접 투자하는 '한국투자KINDEX 중국본토 CSI300'ETF는 출시된 지 한 달 보름여 만에 900억원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동안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는 있었지만 국내에 상장된 중국 본토 ETF는 처음이라 투자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작년 11월 말 상장된 직후 때마침 바닥을 치던 중국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설정 후 수익률은 13%를 넘어섰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H주)에 투자하는 '삼성KODEX China H' ETF도 3개월간 12% 넘는 수익을 냈다.

◇해외 ETF에도 투자해볼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ETF는 재테크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ETF 투자 비중의 90% 정도를 미국이 차지하는데, 미국 증시에는 ETF가 1400여개 상장돼 있다. 다만 이 가운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종목은 200~300개 정도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ETF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투자대상의 다양성이 꼽힌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PB팀장은 "외국에서는 희토류나 금괴 현물 등 한국에서는 투자할 수 없는 것들에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산가들이 해외 ETF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해외에 상장된 ETF에 직접 투자하려면 먼저 해외주식 중개를 하는 증권사에서 해외주식 거래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최근에는 여러 국내외 ETF에 함께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많이 나왔다. 동양증권은 작년 12월 중국 본토와 한국 증시에 분산투자하는 'MY W 차이코리아 ETF 랩'을 출시했고, 우리투자증권은 작년 11월 해외 ETF와 해외 주식에 나눠 투자하는 '옥토 글로벌 적립식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만 해외 ETF는 모두 환율 변동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환(換) 노출형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 대상 국가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희 현대증권 프리미어컨설팅 팀장은 "미국 ETF에 달러화로 투자할 경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배당소득보다 환 손실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ETF와 달리 해외 ETF에 투자했을 때는 연간 22%의 양도소득세도 내야 한다. 다만 양도소득세는 투자손실이 났을 때는 신고 의무가 없다.

◇일부 종목 쏠림현상엔 주의해야

ETF 시장이 커졌다고는 해도 모든 종목이 활발히 거래되지는 않는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 일부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억원도 안 되는 ETF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펀드 연구원은 "거래량이 부족하면 투자자가 팔고 싶을 때 쉽게 팔 수 없기 때문에 제때 현금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똑같이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고 해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수익은 천차만별이라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ETF(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s)

코스피200 등 특정 주가지수와 연동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펀드를 만든 뒤 이를 상장시켜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파는 상품이다. 펀드처럼 여러 종목을 묶어놨지만, 증권사 계좌를 통해 간편하게 매수와 매도 주문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