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이토록 매서운 인간의 본성 '사냥'

건실한 유치원 교사인 루카스(매즈 미켈슨)는 죽마고우 테오의 여섯 살짜리 딸 클라라(아니카 베데르코프)와 친하다. 루카스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가 거절당한 클라라는 엉겁결에 그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변에 말한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루카스는 이미 동네의 '나쁜 놈'이 된다. 그는 유치원에서 해고당하고 동네 수퍼마켓에서 사람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여럿이서 표적을 정해 구석으로 몰아넣고 만신창이로 만들어놓는 모습이 마치 '사냥'이라도 하는 것 같다. 덴마크 출신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더 헌트'는 제목 그대로 '사냥', 그것도 '마녀사냥'을 그려내고 있다.

거짓말을 한 클라라는 '팜므 파탈'(남자를 유혹하는 나쁜 여자)이 아니다. 자신이 꾸며낸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앙증맞은 아이일 뿐이다. 루카스의 인생을 비참하게 만든 그의 친구와 동네 사람들도 원래 작은 마을에서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 영화의 미덕은 마녀사냥을 선악 구도로 몰아가지 않는 데 있다. '여섯 살짜리 딸 혹은 옆집 아이가 성추행당했다고 한다.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클라라의 부모와 동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더 헌트'는 마녀사냥의 본질이 개인의 도덕성이나 인격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누구나 '사냥꾼'이 될 수 있다고, 그리고 어쩌면 '사냥'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끝날 때쯤 루카스와 친구들이 사슴 사냥을 하러 가는 새벽 숲의 한기가 유독 시리게 느껴진다. 덴마크 출신의 매즈 미켈슨은 상처를 입은 짐승의 모습을 연기한다. 아픈 데를 호들갑스레 드러내며 소리치는 게 아니라 상처를 곪도록 내버려두면서 혼자 '그르렁' 신음소리를 내는, 커다랗고 미련한 짐승 말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 크리스마스이브, 마을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은 루카스가 성탄 예배에 간다. 어린이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클라라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루카스.

#대사 "혹시 당신 진짜 클라라 건드렸어요?"('사건'을 듣고 "말도 안 된다"며 웃었던 루카스의 여자 친구가 며칠 만에 그를 의심한다.)

#이런 분 보세요 온라인에서 댓글을 달거나 SNS에서 소문을 퍼나르는 걸 즐기는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