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보다 더 큰 여성시장… 기업들 女心잡기 러브콜

최근 여성의 활발한 사회활동과 위상 증진에 따라 '위미노믹스〈키워드〉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경제력을 지닌 여성을 의미하는 '위미노믹스'는 기업 경영에서 여성 인력 발탁뿐 아니라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여성 마케팅 전문가 마사 발레타는 '여자한테 팔아라'라는 책에서 "모든 소비재의 80% 이상은 여성이 구매한다"고 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여성시장이 중국시장보다 더 큰 시장"이라며 "여심(女心)을 잡기 위한 기업의 변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 중심적이던 항공·자동차·전자 업계, 위미노믹스 마케팅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적이라 간주됐던 항공·자동차·전자 업계에서 여심을 잡기 위한 다양한 위미노믹스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하얏트리젠시인천에서 스카이패스 여성 회원과 동반자 60명을 초청해 포르쉐 시승과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 포르쉐와 함께 마련한 이 행사 참가자들은 포르쉐 측의 전문 드라이버로부터 차량의 특성과 안전운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실제 포르쉐 차량을 시승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여성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해피맘 서비스'를 도입했다. 만 3세 미만의 유아를 동반한 여성 고객들을 위한 이 서비스는 전용 카운터 이용, 모유 수유 가리개 지급, 유아용 아기 의자 대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일 차량 정비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 고객을 위해 업계 최초로 여성 전용 서비스 거점인 '블루미(blueme)'를 열었다. 여성 고객들이 차량의 정비와 수리 내역을 이해하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차량 정비 전문가와의 1대 1 고객 상담과 차량 진단을 제공하는 한편, 수리가 필요한 차량에 대해서는 서비스 거점으로 직접 옮겨주는 원스톱 서비스도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도 블랙·화이트만의 칙칙함을 벗고 여성들이 좋아하는 색깔로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미 핑크 색상 출시는 여성 고객을 공략하는 기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3에 '사파이어 블랙'과 '가넷 레드' 등 총 2가지 색상을 추가해 페블 블루, 마블 화이트, 마샨 핑크 등 총 5가지 색상의 모델 군을 확보해 여심을 공략하고 있다. 카메라도 가볍고 간단한 조작법을 내세워 여성 고객 확보에 적극적이다. 일반적인 DSLR 카메라는 여성 이용자 비율이 20% 미만이지만, 소니의 인기 미러리스 카메라 모델인 NEX-F3는 이러한 특성을 내세워 여성 이용자 비율이 70%에 달한다.

◇'시 프렌들리' 근무환경, 경영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

여성의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시 프렌들리(she-friendly)' 근무 환경도 좋은 직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부상했다. 기업들은 '시 프렌들리' 근무환경을 내세워, 여성을 배려하는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 향상까지 꾀하고 있다.

제약회사 한국MSD는 여성들이 편히 일할 수 있도록 1세 미만의 유아가 있는 여직원은 1시간 단축 근무하는 '조기퇴근제', 육아 등의 개인 상황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 매주 금요일에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패밀리데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 후에도 편안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신식 수유 시설을 포함한 '엄마의 방' 등 각종 편의시설을 사내에 마련해 제공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여성 인력의 역량을 발전시켜 미래의 경영자로 육성하기 위해 리더십 교육,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여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 김경은 한화케미칼 상무를 제조 계열사 중 첫 여성 임원으로 발탁했다. 직원 승진인사에서도 여성 인력의 평균 승진율을 남성보다 1.5배로 높이는 등 여성 인재 활용에 힘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미노믹스 경영 시대에는 CEO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젠더 컨설팅 업체 CEO인 이비바 위텐버그 콕스는 "여성 임원의 발탁 등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CEO가 먼저 여성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미노믹스(Womenomics)

‘여성들(women)’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신조어.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소득이 늘어나면서 강력한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이들을 사로잡는 경제·산업계의 주역 역시 여성이 차지할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