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된장 푸아그라·간장 수프… 세계적 음식硏 "한국의 장, 유럽인에 건강 줄 것"

21일 개막한 세계적 권위의 식문화 행사 '마드리드 퓨전'(Madrid Fusion)에서 된장·간장·고추장 등 우리의 장(醬)이 화제의 식재료로 떠올랐다. 개막 당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진 스페인 최고 음식 연구 기관 '알리시아 재단'(Alicia Foundation)의 '장을 이용한 서양 요리 연구 프로젝트' 결과 발표회, 스타 셰프들의 요리 시연과 기자회견 등이 '장 한류'를 이끌었다.

 

먼저 21일 열린 알리시아 발표회에서 수석요리연구원 자우마 베르네스(Biernes)는 "한국의 장을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 등 서양 음식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6개월 동안 연구한 결과 고추장·된장·간장이 서양 음식의 맛을 대단히 풍요롭게 향상시킬 수 있으며, 유럽인들에게 건강 등 여러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세계 정상급 요리사들과 식품·외식 기업 CEO, 음식 전문기자 800여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그는 "한국 샘표식품이 재단 측에 제안해 이뤄진 이번 연구의 주목적은 오믈렛·스튜·수프 등 유럽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음식의 원래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 결과 "장을 넣으면 풍미가 좋아지는 서양 음식 400가지를 찾았고, 이 중 150개의 요리법을 정리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식 오믈렛에 된장을 조금만 넣어주면 일반 달걀도 유기농 유정란을 사용한 것처럼 깊은 풍미가 생깁니다. 콘소메 수프에 장 소스를 넣으면 훨씬 깊고 풍요로운 맛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미슐랭 레스토랑 가이드 최고 등급 3스타를 받은 스페인 요리사 키케 다코스타(Dacosta)도 이날 강단에 올라 된장·고추장·간장 등을 이용해 새롭게 개발한 요리 세 가지를 선보였다. 그는 23일엔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유럽인)에게 없어선 안 될 식재료와 장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계속 이어간다면, 나중에는 (한국의 장이) 우리 음식에 없어선 안 될 기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스페인의 또 다른 스타 요리사 알베르트 아드리아(Adria)는 "한국의 장은 인공 조미료(MSG)와 달리 자연스럽게 맛을 완성시켜준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천재 요리사'로 불리는 미슐랭 3스타 셰프 파스칼 바르보(Barbot)도 시연에 나섰다. 그는 "2011년 한국을 찾았을 때 한 스님에게서 배운 장아찌 제조 기술을 활용해 만들었다"면서 '간장에 숙성시킨 국화꽃'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어 보였다. 그는 이 국화꽃 장아찌를 굴에 얹고 우유 거품으로 덮어 요리를 완성했다. 또 파리에서 자신이 직접 담갔다는 배추김치와 소금에 절인 산초 열매를 살짝 익힌 굴과 소 골수에 올린 요리도 선보였다. 그는 "한식은 요리사가 아니라 시간이 요리하는 음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