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확산 위해 세계 연구자들 뭉쳤다

K팝과 드라마는 물론 패션, 정책, 의료, 한식 등 한류(韓流)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세계의 한류연구자 모임이 출범한다. 오는 28일 서울 대우재단빌딩에서 창립총회 및 학술대회를 갖는 세계한류학회다. 국내뿐 아니라 이스라엘, 스웨덴, 인도네시아, 미국, 캐나다, 타이완, 일본 등 해외에도 8개 지부가 결성돼 해외연구자들이 참여한다. 한류 관련 최초의 글로벌 학회다. 참가자들은 사회학, 인류학, 행정학, 의학, 한국어교육, 문화산업학, 스포츠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초대 회장을 맡을 박길성(56) 고려대 문과대학장은 "한류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드라마나 가요 등 대중문화 편향을 뛰어넘어 한류를 관통하는 문화적 DNA나 확산 요소가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세계한류학회엔 한국섬유산업연합회나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같은 연예기획사 대표들까지 참여해 산·학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사회발전론을 전공한 중견 사회학자. 1990년대 이후 세계화에 대한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국내 사회과학계에는 세계화에 부정적 견해가 적지 않지만, 박 교수는 "세계화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고, 양극화 같은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을 해결하는 성찰적 세계화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는 "현재까지의 세계화가 미국을 뒤쫓는 수동적·모방적 세계화였다면, 이젠 창조적·능동적 세계화가 필요하다"며 "한류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최근 경제사회학 관점에서 조직의 창의력이 어디서 나오는가 하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다. 얼마 전 소녀시대와 샤이니 같은 한류스타를 배출한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분석하는 심층 인터뷰를 가진 것도 그 때문이다. 박 교수는 "SM의 성공에는 이수만 대표의 절대적 카리스마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SM은 이미 한류의 성공 공식을 매뉴얼화하는 등 지식 축적 방식에서 앞서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SM의 성공엔 스웨덴 음악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등 국제적 협업을 통해 창의력을 키워나가는 것도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창의력을 생산하는 것(Manufacturing Creativity)'이 그의 연구 과제다.

세계한류학회엔 송향근 세종학당 이사장, 주천기(가톨릭의대)·장원호(서울시립대) 최창용(KDI국제정책대학원) 이해영(이화여대) 김은기(고려대) 김경묵(덕성여대) 김중효(계명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28일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엔 니심 오트마진 이스라엘 히브루대 교수, 밀리 크레이튼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 교수, 미국 영화감독 크리스틴 유, 정홍익 가톨릭대 한류대학원 교수, 오인규 한신대 교수 등이 일본·캐나다·미국·중동에서의 한류를 분석한다. (02)6366-0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