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의 백화점… 모바일 쇼핑 年1조 시장으로

혼자 사는 직장인 김모(32)씨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장을 본다. 며칠 전에도 생수 두 박스와 라면·세제·냉동식품을 구입했다. 김씨는 "남자 혼자 수퍼나 마트에 가면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여 불편한데, 스마트폰은 그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6개월 전 출산한 한모(34)씨도 모바일 쇼핑몰에서 정기적으로 기저귀와 분유를 구매하고 있다. "아기 보는 도중에 짬짬이 쇼핑할 때는 컴퓨터보다 휴대전화가 이용하기 더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로 물건을 구매하는 '모바일 쇼핑'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으로 모바일 쇼핑객이 월 1100만명을 넘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30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3명 가운데 1명이 모바일 쇼핑을 한다는 뜻이다.

◇연 1조원대로 급성장한 모바일 쇼핑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올해 모바일 쇼핑 시장이 1조3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 쇼핑 시장을 활성화한 일등공신은 스마트폰이다. 아이폰4와 갤럭시S가 인기를 끈 2010년은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140억원이었다. 아이폰4S·갤럭시S2가 출시된 2011년엔 연 2000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14배 늘었다.

쇼핑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도 모바일 쇼핑 팽창의 주요인으로 거론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대량으로 물건을 사기보단 필요할 때마다 즉시 소량으로 사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된 것이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넘나들며 싼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는 '하이브리드(hybrid)형 소비자'도 늘었다. 직장인 이모씨는 얼마 전 설을 앞두고 아들과 함께 백화점에 들렀다. 아들은 40만원대 패딩코트를 사고 싶어했다. 이씨는 인터넷을 뒤진 끝에 한 모바일 쇼핑몰에서 같은 제품을 반값에 구매했다. 11번가는 오프라인에서 본 상품을 스마트폰에서 구매하려는 소비자를 위해 모바일 쇼핑몰 안에 제일모직·현대백화점 등 전문관을 늘렸다.

◇유통·금융계 "터치족을 잡아라"

올해 유통업체들은 불황과 규제로 고전 중인 대형마트·백화점을 대신해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몰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홈쇼핑 업체들은 모바일 쇼핑 쪽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작년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 'H코디'를 개발했다. 스마트폰 화면상에서 다양한 의상을 입은 것처럼 보여주는 가상현실 서비스다. 롯데홈쇼핑은 작년 12월 TV뿐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PC에서도 홈쇼핑 방송을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전용 채널을 개설했다.

모바일 쇼핑 열기는 유통업계를 넘어 금융계에까지 번지는 추세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결제에 필요한 모바일 신용카드 서비스를 속속 도입했다. 하나SK카드는 이마트·홈플러스·GS25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모바일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박종인 모바일 그룹장은 "2000년대 초반 인터넷쇼핑이 유통업계에 혁명을 가져온 것처럼 요즘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터치족이 쇼핑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