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는 삶을 담고… 우리동네 학교·집이 됐다

원래는 말 그대로 무언가를 담는(contain) 도구다. 다만 지금까지 화물 같은 물건을 주로 담아왔다면, 이제는 인간의 생활을 담는 공간이 되고 있다.

운송용으로 주로 쓰이던 컨테이너가 건축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컨테이너 건물은 임시 숙소나 창고 정도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엔 문화·주거·상업시설 등 다방면의 건축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쓰임새가 넓어지는 만큼 디자인도 다양해져서 개성 있는 컨테이너 건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초 서울 영등포동에는 컨테이너를 엇갈리게 쌓아 올린 건물이 들어섰다. 서울시가 영등포 일대 쪽방촌을 리모델링하는 동안 쪽방촌 거주자들이 임시로 지내도록 마련한 주거시설이다. 중고 컨테이너 20개를 사용해 약 5㎡(1.5평) 크기 거주공간 36곳과 조리실·샤워실·화장실 등의 공공시설을 마련했다. 설계를 맡은 건축가 위진복(UIA건축사사무소 소장)씨는 "독특한 디자인의 컨테이너는 적은 비용으로 낙후 지역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기 좋은 소재"라며 "쉽게 옮겨 조립할 수 있고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의미도 있어 실제 운송에 쓰이던 컨테이너를 썼다"고 했다.

서울 한남동의 뮤지컬 공연장 블루스퀘어 안에는 지난해 컨테이너로 만든 복합 문화공간 '네모'가 생겼다. 블루스퀘어 한원석 아트디렉터가 컨테이너 상자 18개를 쌓아 만든 건물로, 각종 전시와 세미나 등을 열 수 있는 공간이다. 돌과 푸른색 유리가 쓰인 블루스퀘어 기존 건물과 노란색·오렌지색의 컨테이너가 대조를 이룬다. 한국디자인기업협회가 주관하는 '잇 어워드'에서 지난해 환경공간부문 1위로 선정됐다.

지난해 경기 광주시의 대안학교 '푸른숲 발도르프 학교'에 들어선 새 교사(校舍)도 건축가 김원기(노드 소장)씨가 컨테이너로 만든 건물이다. 학생 40여명이 공부하는 교실 외에도 교무실, 미술실, 과학실 등이 있다. 김 소장은 "공사비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컨테이너를 사용했다"고 했다. 경기 안양시의 전시장 겸 문화공간 '오픈스쿨'은 모서리를 45도 각도로 잘라낸 컨테이너를 연결해서 네모 반듯한 상자형에서 탈피했다. 미국 건축설계사무소 '롯텍'에서 설계해 2011년 뉴욕건축가협회 주관 디자인어워드에서 건축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개인주택·상업시설에도 컨테이너가 쓰인다. 건축가 이강수·강주형(생각나무파트너스 소장)씨는 오는 3월 완공을 목표로 전남 목포시에 컨테이너 주택을 짓고 있다. 건축가 김주원(하우스스타일 대표)씨가 주도하는 '유쾌한 집짓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차콜로'는 빨간 컨테이너의 외관이 주변의 비슷비슷한 상가 건물 사이에서 시선을 끄는 레스토랑이다.

건축가 임형남씨는 "컨테이너는 내·외장과 골조 등 벽을 만드는 공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간편한 소재"라며 "값싸고 공사 기간이 단축되는 등의 장점도 있어 앞으로 건축 재료로 점점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질 낮은 단열재를 쓸 경우 화재 시 유독가스를 대량 배출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또 무작정 쌓는다고 건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가 면밀하게 구조 계산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