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이미 반등 시작… 원자재값, 올해는 꾸준히 오를 것"

"전 세계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로 원자재 가격은 올해 꾸준히 오를 것입니다. 특히 산업용 금속인 구리·백금·은에 주목해야 합니다. 최근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산업용 금속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일 자산규모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의 유진 와인버그(Eugen Weinberg)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대표는 올해 원자재 부문의 투자 전망이 전반적으로 좋다고 낙관했다.

와인버그 대표는 2007년부터 코메르츠방크에서 원자재 부문 리서치와 투자전략을 총괄해 온 원자재 전문가다. 머니섹션 M은 지난 22일 한국을 찾은 와인버그 대표에게 올해의 원자재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원자재 초호황 안 끝났다… 올해도 오를 것"

―올해 원자재 부문 투자 전망은 어떤가.

"일부 전문가들은 원자재의 수퍼 사이클이 끝났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원자재 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까지 경기 불황을 극복하려는 각국 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시중의 통화량(돈)은 크게 늘었다. 그렇지만 경기 전망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아직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다.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물가상승의 영향을 받는 원자재·부동산·주식 등의 가치가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세계 경기가 올해 어떻게 흘러가겠나.

"일단 유럽과 미국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유럽 경제는 제로(0)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칠 것이다. 미국은 최근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부채 한도 협상 등 문제가 남아 있다. 올해 2%가량 성장할 것으로 본다."

―경기 회복을 점치는 국가는 어디인가.

"내가 주목하는 곳은 중국이다. 작년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경착륙 우려가 불거졌는데, 중국 경제는 이미 반등하기 시작했다. 작년 정권 교체가 이뤄진 덕분에 중국이 추진하는 성장 기조가 바뀌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추구해 온 전(前) 정권과는 달리, 향후 10~20년 동안 7~8%대의 성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특히 올해는 중국 새 정부의 임기 첫해다.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으로 성과를 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 경제가 올해 8%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中, 세계 원자재 수요의 견인차 될 것"

―특별히 올해 전망이 밝은 원자재를 꼽는다면?

"구리를 비롯한 산업용 금속 투자를 추천한다. 올해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 구리 등 산업용 금속에 대한 물리적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쓰이는 구리의 경우, 중국의 수요가 느는 추세다. 그러나 공급량은 제한돼 있어 작년보다 10~15% 정도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구리 외에 또 유망한 산업용 금속은 없나.

"백금을 들 수 있겠다. 백금은 단순한 귀금속이 아니라, 자동차 발전기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산업용 금속이다. 그런데 최근 공급 쪽에서 불안 요인이 있다. 전 세계 백금의 75%가량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생산되는데, 이 지역의 노동비용 증가와 노동자 파업, 정부의 압박 등으로 백금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 백금 가격은 온스당 1699달러 수준인데, 올해 백금 가격은 계속 상승해 연말쯤엔 온스당 1950달러 선까지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값은 온스당 2000달러까지 오를 것"

―한국에선 원자재 중에서도 금에 관심이 많다.

"금값은 지난 2011년 8월 온스당 1889달러 선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온스당 169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금은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일반적인 산업용 금속과는 다른 차별화된 원자재다. 금에 대한 수요는 늘 존재하고, 금 자체도 계속해 재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다."

―금값 전망은 어떠한가.

"올해 1~2분기에 금값이 크게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해 온스당 1600달러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러나 3~4분기에는 금값이 상승해 연말에는 온스당 2000달러 선까지 갈 수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때문에 돈이 시중에 많이 풀렸다. 그러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발생하지 않은 데다 금융시장에 큰 악재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단기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노리고 위험자산을 찾아 떠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중반을 지나면서 전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 그래서 단기 투자자가 다시 금으로 돌아올 것이다."

―단기 자금이 금값을 좌우한다는 의미인가.

"그렇진 않다.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살펴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세가 계속되고 있다. 작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530t 이상으로, 세계에서 매매된 금의 20%가량을 중앙은행들이 사들였다. 저금리 기조 때문에 통화나 현금을 보유하는 대신, 금을 매입하는 중앙은행이 늘어난 것이다.

수익률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일부 떠나겠지만, 금 보유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흥국 중앙은행과 한국은행, 중국 인민은행 등은 계속해서 금을 사들일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금값이 내려가더라도 금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향후 각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금값이 내릴 수 있지만, 이는 몇 년 후의 일이 될 것이다."

―원유 전망은 어떠한가.

"원유 가격은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할 것이다. 작년 원유가격은 배럴당 90달러 선에서 거래됐는데, 올해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끊임없이 가격 조정에 나서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고 수요는 줄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을 밑돌았는데, 올해엔 WTI 유의 상승세가 브렌트유보다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원유의 가격 차이가 지금보다 좁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