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계 최초 히말라야 '힘중' 오른 김창호씨 올 3월엔 20년 후배와 무동력·무산소로 도전

"작년은 한국인이 히말라야에 등반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올해는 새로운 반세기의 첫 걸음이 되는 해죠. 그 첫 등반을 후배와 함께하겠습니다."

네팔에 남은 가장 높은 미등정봉 '힘중(Himjung·7140m)'을 작년 세계 최초로 등반해 산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황금피켈' 아시아상을 받은 산악인 김창호(44)씨. 서울시립대 무역학과에 88학번으로 입학했던 그는 다음 달 졸업을 앞두고 있다. 입학한 지 25년 만이다. 졸업 직후인 오는 3월 그는 20년 후배인 같은 대학 물리학과 08학번 전푸르나(24)씨와 함께 약 3개월간 에베레스트 등반을 떠난다.

개교 100주년(2018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진행되는 이번 여정에서 이 선후배는 에베레스트 정상(8848m)에 모교 깃발을 꽂고 돌아올 계획이다. 김씨는 28일 "작년 말 대학 산악회 송년 모임에서 등반 계획을 밝혔더니 푸르나가 지원서를 들고 찾아왔다"며 "진정성과 근성을 보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씨와 전씨는 3명의 팀원과 함께 '무동력·무산소'로 이번 등반에 도전한다. 일반적으로는 에베레스트 원정은 자동차·항공기 등 수단을 이용해 해발 5400m 지점 베이스캠프까지 이동해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은 해발 0m인 인도 벵골만에서 원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카약으로 150㎞, 사이클로 1000㎞, 도보로 150㎞ 이동해 베이스캠프로 향할 계획이다. 산소통도 쓰지 않는다. 김씨는 "해발 8000m대에서는 한 걸음 걷고 열 번 숨을 골라야 할 정도로 고통스럽다"면서도 "하지만 그 어떤 도움도 없이 내 힘만으로 등반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여행이 좋았다는 김씨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산악회에 들어갔고, 점차 학업과 멀어졌다. 최소 3년의 준비시간이 필요한 국외 원정만 세 차례나 갔다.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휴학하고 잠시 아웃도어용품 사업을 하던 그는 "호주머니가 가볍더라도 젊을 때 하고 싶은 걸 하겠다"며 산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8000m급 히말라야 13좌 무산소 등정에 성공했다. 이번 등정에 성공한다면 김씨는 아시아 최초로 무산소 히말라야 14좌 등정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지만, 평소 산악회 회원으로 활동한 전씨는 "몇 년 전 몽블랑을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경이롭고 감동적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그 기분을 또다시 느끼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팀의 막내로서 식량 관리, 잡일 등을 모두 해낼 수 있다. 에베레스트에 꼭 함께 가고 싶다'고 지원서에 적었었다.

김씨는 "해발 0m에서 8848m까지,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팀워크다.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확고한 의지와 열정으로 정상에 올라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