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車시장 일부 내줘도 아시아서 만회할 것"

"PSA(푸조·시트로엥)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일어설 겁니다."

폴크스바겐그룹에 이어 유럽 2위 자동차 회사인 PSA(푸조·시트로엥)그룹 그레고아 올리비에(Olivier·53·사진)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29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시트로엥 신차 DS5 출시 행사에서 자사의 상황부터 설명했다. 올리비에 부회장은 공학계열 그랑제콜(프랑스 고유의 엘리트 고등교육 기관)인 파리 국립광업학교 출신이다. 르노-닛산 카를로스 곤 회장도 이 학교를 나왔다. 올리비에 부회장은 1985년부터 7년간 프랑스 산업부 산업·에너지 부문 총리 자문역을 거쳤다. 2006년 PSA의 관련 부품사인 포레시아(Faurecia) 회장 겸 CEO로 PSA에 합류했으며, 2007년 PSA 제품 개발 담당을 거쳐 2010년부터 PSA 아시아 담당 부회장을 맡고 있다.

"1810년 시작된 PSA는 커피·후추 분쇄기, 자전거 등을 거쳐 1882년부터 자동차를 만들어 왔어요. 200년 역사를 자랑합니다. 2세기 동안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오일 쇼크를 비롯, 숱한 경제 위기를 겪고도 살아남았는데, 위기의 순간에 뼈를 깎는 자기 변신을 해 왔기 때문입니다."

PSA는 최근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글로벌 판매가 17%나 줄고, 자국 프랑스 시장에서까지 독일·일본·현대차에 밀려 18% 판매가 급감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작년 상반기 순손실만 8억2000만유로(약 1조2000억원). 유럽 판매 비중이 60%에 달한 상황에서 유럽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작년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으며, 31억유로의 ABS(자산담보부증권)를 발행하는 등 현금 마련에 필사적인 상황이다. 2007년 1800만대에 달했던 유럽 자동차시장은 올해 1300만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PSA는 회생이 가능할까. "가능합니다. 제품 경쟁력이 있고, 구조조정을 강하게 시도 중입니다." 유럽 특히 프랑스 내 생산 과잉이 발생하자 작년 여름 해당 지역 공장 폐쇄와 8000명 감원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프랑스에서 폴크스바겐이나 현대차가 큰 위협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유럽 시장 일부를 빼앗기더라도 2020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 성장의 80%를 차지할 아시아에서 판매를 늘려 만회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PSA는 1995년 중국에서 처음 생산·판매를 시작, 연산 45만대의 공장을 갖고 있다. 올 연말까지 우한(武漢) 제3공장과 시트로엥의 고급차 제품군인 'DS' 전용의 선전(深川) 공장까지 가동하면 연 95만대 체제가 완성된다. 또 PSA 아시아본부가 있는 상하이에 700명 규모의 연구개발·디자인센터를 만드는 등 개발 현지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10%를 기록한 수입차 점유율이 매년 1%포인트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특히 PSA는 세계 최대 디젤 승용차 판매업체이기 때문에 앞선 디젤 기술의 신차를 계속 선보이면 한국 내 판매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PSA의 한국 판매 대행사인 한불모터스는 작년 푸조·시트로엥 2700대를 팔았으며 올해는 50% 늘어난 연간 4000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PSA는 또 자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디젤 하이브리드도 올해 한국에 내놓을 계획이다. 디젤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차량보다 25%가량 연비가 좋은 디젤차에 하이브리드 기술까지 접목, 연비가 휘발유 하이브리드보다도 좋다는 게 PSA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