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했던 담배공장이 미술관으로 탈바꿈

친환경 주거 전문 매체 인해비타트(Inhabitat)는 얼마 전 스위스 취리히에서 행정기관 건물로 사용되는 오리콘 뷜레를 색상 리노베이션을 통해 옛 공장을 재활용한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원래 이 건물은 1970년대까지 무기를 만들던 곳이었다. 한때 전성기를 누리던 공장이 문을 닫은 뒤 중소기업들이 임차해 사용했지만, 무기 공장이라는 낡고 어두운 이미지를 좀처럼 벗지 못했다.

스위스 정부 요청으로 건물 리노베이션을 담당한 예술가들은 '사랑, 평화, 행복'이라는 주제로 건물을 3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각의 구역 입구와 복도, 방을 산뜻한 색상으로 칠해 완전히 새 건물로 탈바꿈시켰다.

낡은 공장 건물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한 사례는 또 있다. 영국 런던의 템스강 남쪽 슬럼가에 20년 가까이 버려져 있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는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는 대표 장소로 자리 잡았다. 넘쳐나는 작품 보관에 골머리를 앓던 테이트 예술재단은 발전기가 돌아가던 이곳을 작품 보관소로 결정했다. 2000년 문을 연 테이트 미술관은 런던의 명소가 됐다. 한 해 500만명이 다녀간다. 인구 19만의 영국 소도시 게이츠헤드에서 2002년 개관한 발틱현대미술관 역시 제분공장을 현대식 미술관과 다목적 공연장으로 성공적으로 바꾼 사례에 속한다.

한국에서도 옛 건물을 친환경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달청은 폐기처분 대상이던 청주의 연초제조창을 미술관으로 개조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66년 전 만들어진 이곳은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만들어내던 국내 최대의 담배 공장이었으나 2004년에 문을 닫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곳에 2015년까지 396억원을 들여 과천·덕수궁·경복궁에 이은 4번째 국립미술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리모델링엔 각종 친환경 기술이 활용된다. 단열공법을 활용해 열 손실을 줄이고, 건물 내부엔 실내 자동온도조절장치를 설치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로 했다.

전력 절감 효과가 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비율도 3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2등급 이상의 건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