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17년 전 첫 민간신문, 현대 한국어로 완역해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이 발간(1896년) 117년 만에 현대 한국어로 처음 완역(完譯)됐다. 독립신문은 구한말 개화기 정보를 풍성하게 담고 있어 학계는 물론, 드라마·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완역에 참가한 한 연구자는 "당대의 언어문화뿐 아니라 정치·사회·외교·문화·과학·스포츠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연구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강남준 원장 연구진은 독립신문 278호 전호(全號)를 현대 한국어로 완역해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고 30일 밝혔다. 100여년 전 우리말로 쓰인 독립신문을 부분 번역해 DB서비스를 제공한 곳은 있었지만, 기사·논설은 물론 광고까지 포함된 완역 DB를 구축한 적은 없었다.

완역·DB화 과정에서 아직 국어 문법이 확립되지 않았던 개화기(開化期) 현실이 반영되는 등 독립신문 제작 과정의 특징도 드러났다. 표제인 '논설'조차도 그때그때 '론설' '논셜' '론셜' 등 다양하게 적혔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필진이 각자의 문체로 신문을 만들었다는 증거"라 했다.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도 그대로 쓰였다. '나머지'의 남도 방언인 '남저지', '돼지'의 방언인 '도야지' 등이 다수 쓰였는데, 전남 보성 출신 창간자 서재필 박사의 직접 집필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신문에는 초기 한글의 흔적이 상당수 남았다. 1898년 독립신문엔 "이달 쵸일일 저녁에 아라샤 공사 부인의 집물을 룡산셔 옴길때에 검은 가방 하나를 일헛는데 쥬셕 잠을쇠로 채웟스니 엇은 사람은 곳 아라샤 공사관으로 젼하오"라는 광고가 실렸는데, "이달 초일일 저녁에 러시아 공사 부인의 집물을 용산에서 옮길 때에 검은 가방 하나를 잃어버렸는데 찾은 사람은 곧 러시아 공사관으로 전해 달라"는 뜻이다.

최초로 번역된 광고에도 당시 사회상이 반영됐다. 독립신문은 "누구든지 물어볼 말이 있든지 세상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이 신문사로 간단하게 귀절 떼여서 편지하면 대답할 만한 말이든지 신문에 낼 만한 말이면 대답할 터"라고 자체 광고를 내기도 했다.

폐간(1899년)되기까지 4년간 278호 4000면 분량으로 발행된 독립신문의 완역 DB화에는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독립신문 집필진의 문체를 연구·대조해 무기명 사설의 단어가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판단해야 했다. 한 단어를 여러 사람이 다른 표현으로 썼기 때문에 집필진에 대한 성향 연구도 병행했다.

강남준 원장은 "검색지능을 대폭 높여 연구자들이 불편함 없이 원문과 번역문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한제국(大韓帝國)의 '제국'의 경우 당시 한글로 '뎨국' '졔국' '뎨 ' 등 여러 가지로 표기했는데, 한글로 '제국'을 치면 관련 표현이 쓰인 원문이 모두 검색된다.

DB화된 독립신문은 개화기 연구의 보고(寶庫)가 될 전망이다. 연구진의 김영희 교수(서울대 언론정보학)는 "조선왕조실록이 완전히 번역된 이후 조선시대에 관한 모든 분야 연구가 가능했다"며 "개화기 시대상이 녹아있는 일급 사료인 독립신문의 현대어화(化)는 학술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될 것"이라 했다. 연구진은 이르면 다음 달 인터넷을 통해 독립신문 DB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