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광고 파노라마] [5] ‘돈벌이 大王’ 사려~ 뻥이요! 1932년 ‘최첨단’ 곡물팽창기 출현

"다섯 홉(약 0.18L)의 쌀이 다섯 되(약 1.8L)로 됩니다!"

쌀을 무려 10배로 부풀려 준다는 '꿈의 기계' 광고가 1932년 1월 9일자 조선일보 2면에 떴다. 일본 오사카(大阪)의 한 철공소가 만들어 판 이 기계 이름은 '곡물팽창기(穀物膨脹機)'. 오늘날까지도 우리가 즐기고 있는 국민 간식 '강냉이'와 '튀밥'을 만들어 내는 뻥튀기 기계의 등장이었다.

광고 속 80년 전 곡물팽창기 그림을 보면, 호리병 모양의 몸통은 요즘 뻥튀기 기계와 같으나, 몸체를 받치는 스탠드가 유난히 높은 대형이다. 가정용이 아니라 업자용이었다. 광고문도 '첨단적 돈버리의 대왕'(1932년 1월 9일자) '과자상(菓子商)의 필수품/ 자미(滋味)스럽게 돈 모는 기계'(1932년 4월 18일자)라는 문구로 '자영업 창업'을 부추겼다.

기계가 개량된 것인지, 성능까지 뻥튀기한 것인지는 몰라도, 1932년엔 '다섯 홉의 쌀이 다섯 되가 된다'고 하던 광고문은 2년 뒤엔 '다섯 홉의 쌀이 여덟 되의 쌀과자가 된다'로 바뀌었다(1934년 11월 24일자). 곡물팽창기 광고는 1930년대 후반까지 두어 달에 한 번꼴로 꾸준히 실렸다. 뻥튀기 장수가 계속 늘어간 것으로 보인다. 어느 독자는 조선일보의 '독자 질의'란에 "곡물팽창기를 사고 싶은데 판매회사가 어디냐"고 묻기도 했다(1938년 10월 4일자). 서민들이 먹고살기 쉽지 않던 식민지 경제 사정 속에서, 옥수수 알갱이를 포도알만 한 강냉이로 만들어 주는 '팽창기'란 그야말로 환상적인 발명품이었을 것이다.

팽창기가 달콤고소한 튀밥만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초기의 기계는 안정성이 떨어졌는지 가열 장치가 가끔 폭발했다. 오늘날처럼 뻥튀기 기계 돌아가는 모습을 구경하던 어린이들이 애꿎은 화를 입기도 했다. 1932년 평남 덕천군 어느 마을에선 옥수수를 튀기던 곡물팽창기가 폭발해 업자가 즉사하고, 구경하던 7세 소년이 크게 다쳤다(1933년 2월 10일자). 1938년엔 돌아가는 팽창기를 구경하던 어린이들이 기계를 건드렸다가 불이 번져 9세 소녀 2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터져 사회면에 크게 보도됐다(1938년 2월 15일자). 오늘날 한국인에 의해 아프리카 대륙에까지 소개된 뻥튀기의 역사에는 이런 아픔도 있었다.

김명환 사료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