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옵션 확 줄이고, 운전하는 맛을 끼워 팔겠다"

"패키지로 묶어 파는 옵션(선택 품목)은 확 줄이고 고객 선택 폭을 늘릴 겁니다. 운전하는 맛을 요구하는 고객이 늘어났으니 다이내믹한 성능의 가지치기 모델도 계속 출시할 겁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 드리는 것, 그게 정몽구 회장께서 늘 강조하는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입니다."

현대자동차 김충호(62) 국내영업·마케팅·기획 부문 사장은 지난 29일 서울 계동 현대차 영업본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서비스 품질 혁신'을 선언했다. 그는 "2월 초 출시되는 '제네시스 다이내믹 에디션'이 '운전하는 맛'을 살린 첫 파생모델"이라고 말했다. 고성능 유럽 차를 선호하는 고객 요구에 맞춰 서스펜션을 스포티하게 바꾸고 코너링, 제동력 등을 손봐 운전 성능을 개선한 차다. 김 사장은 "300만원 이상 가치가 상승하지만 추가 가격은 100만원 이하로 묶겠다"며 "올해는 현대차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영업의 달인이다. 1980년 현대차에 입사한 후 줄곧 영업·마케팅 분야에서만 일했다. 영업점 1등 최다 기록도 갖고 있다. 2011년 영업부문 사장에 오른 후엔 서비스의 '감성 품질'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과잉 정비가 발견되면 3배 보상하는 프로그램, 판매 지점을 어린이 놀이공원처럼 꾸민 '로보카폴리 키즈카페', 여성 전용 자동차 종합검진센터인 '블루미' 지점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도입했다. 김 사장은 "연간 70만대 가까이 파는 메가 브랜드가 수입차와 서비스 경쟁을 하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감성 서비스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차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고객들은 자신이 몇 년 전에 타던 국산차와 최신 수입차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입차와의 비교 시승센터를 확대하는 것도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사원 시절 포니 한 가지 차종을 팔았던 그는 이제 수십종의 독자 모델로 전 세계에서 연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세계 5위 자동차그룹의 사장이 됐다. 김 사장은 "내가 신입사원일 때는 'GT10', 즉 글로벌 톱 10을 목표로 했고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참 놀라운 발전을 했다"고 말했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상대방과 어떻게든 차별화하겠다는 국민성 덕분"이라고 했다. "좀 더 좋은 차를 타려는 국민의 열정이 우리 품질을 이끌었고, 우리도 국민의 요구 때문에 더 열심히 뛸 수 있었다"며 "현대차는 국민에게 많은 빚을 진 회사이고 그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는 굳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외모만 보면 '밀어내기' 영업도 많이 했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평가는 반대다. 실적이 안 좋은 지점에 자원 부임해서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한 일화가 많다. 그는 과장 시절 대구의 한 지점으로 갔을 때의 얘기를 했다.

"아침에 지각하는 영업사원이 많아서 조기 축구를 하자고 했어요. 처음엔 7명만 나왔는데 차츰 설득하니 4일 만에 지각하던 16명이 다 나왔어요. 절대 일 얘기 안 하고 즐겁게 운동하고, 목욕하고, 해장국 먹었죠. 그 친구들 생활습관이 바뀌니 몇달 만에 실적이 확 올라갔어요."

인천 부평점에 가서는 농구·축구·육상 선수 출신을 1명씩 영업사원으로 뽑았다. 인천지역 지점 체육대회에서 늘 꼴등 하던 것부터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선수 출신 사원들의 지도로 몇달 후 체육대회에서 1등을 했다. 아파트가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영업사원 부부 동반 행사도 자주 했다. 차가 필요한 이웃집 사정을 잘 아는 부인들이 남편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곧 실적으로 이어졌다. 체육대회 성적과 함께 영업 실적도 1등을 했다.

차를 거의 못 파는 직원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매일 면담을 하면서 애로 사항을 들어주고 명함을 20장씩 받아오게 합니다. 절대 실적으로 다그치지 않아요. 그렇게 관리하면 몇 달 안에 반드시 실적이 좋아집니다." 김 사장은 "영업은 열정과 긍정의 산물"이라며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직원들에게도 똑같은 원리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올해 현대차의 국내 판매 목표는 66만8000대. 지난해 판매량(66만7777대)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김 사장은 "내수 시장이 위축돼 그 정도 팔면 시장점유율은 42.5%에서 42.8%로 올라갈 것"이라며 "수입차의 공세에 맞서는 공격적인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