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분기 GDP쇼크, 알고보면 경제 청신호

지난 30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이하 변동률은 모두 연율 기준)를 기록해 3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문가들의 전망치 1.1%보다도 훨씬 낮다. 'GDP 쇼크'라고 부를 만했다. 하지만 이날 다우지수가 0.3% 떨어지는 데 그치는 등 금융시장엔 별 영향이 없었다.

미국 경제·금융 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미국 4분기 GDP가 나쁘게 나온 것을 보고 미국 경제가 끔찍한 상황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며 그 이유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성장률이 ―0.1%를 기록했지만 일시적으로 재고가 늘고 국방비 지출이 줄어서 생긴 것으로 속을 따져 보면 괜찮은 수치라는 내용이 골자이다.

마켓워치는 안심해도 되는 첫째 이유로 소비 증가세가 확연하다는 점을 꼽았다. 4분기엔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2년 만의 최고 폭인 13.9% 늘어나면서 전체 소비도 2.2% 증가했다. 성장률이 3.1%나 됐던 3분기에도 소비 증가율은 1.6%에 머물렀었다. 마켓워치는 "소비자들은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것이란 확신이 없으면 내구재 소비에 나서지 않는다"며 이를 긍정적 신호로 해석했다.

둘째, 전 분기에 1.8% 감소했던 투자도 4분기엔 8.4%나 늘어났다.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진앙이었던 주택 경기도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4분기에 미국의 주택 건설은 15.3% 증가했고, 이는 성장률을 0.4%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넷째, 4분기 GDP가 감소한 데는 기업의 재고가 감소한 게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오히려 기업들이 예측한 판매량보다 매출이 컸기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경제에 대한 긍정적 신호라고 마켓워치는 해석했다. 3분기에 기업 재고는 600억달러에 달했지만 4분기에는 2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고 감소 폭은 2년 만에 가장 컸다. 재고 감소로 4분기 GDP는 1.3%포인트가 줄었는데, 만약 재고 감소가 없었다면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플러스(+) 성장을 할 수도 있었다.

다섯째, 일시적인 국방비 지출 감소 영향이 컸다. 4분기에 정부 지출은 국방비 지출이 22.2% 줄어들면서 전 분기보다 6.6% 감소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 정부의 회계연도가 3분기에 끝나기 때문에 통상 회계연도가 끝나기 직전인 3분기에는 국방비 지출이 증가했다가 4분기에는 지출이 감소하곤 한다"고 풀이했다. FT는 또 "미국 정부가 올해 초에 만일 재정 절벽(갑작스러운 감세 축소와 재정 지출 감축)이 현실화됐을 때의 충격에 대비해서 국방비 지출을 사전에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저스틴 울퍼스(Wolfers) 브루킹스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현재 나온 수치를 가지고) 침체를 거론하는 것은 너무 이르고, 그렇게 말하는 것은 거의 확실히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GDP 수치는 잠정치이기 때문에 각종 확정 통계를 반영해서 수정하는 과정에 바뀔 수도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3월 말 확정치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