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시대 돈 되는 상품은? 개미들도 환테크에 눈 뜨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율이 재테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직장인의 주식 투자에도, 주부의 해외 펀드 투자에도, 기러기 아빠의 자녀 유학비 송금에도 '환(換)테크'가 기본이다.

29일까지 미국 달러에 대비한 원화 가치는 작년 5월 대비 8%가량 올랐다. 올해 들어 원화 환율은 한때 1050원대로 떨어지며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화는 일본 엔화 대비로도 가치가 치솟고 있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3% 넘게 상승했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무제한 금융 완화 정책으로 인해 달러화 대비 엔화 값이 뚝 떨어지면서 '원고(高)·엔저(低)'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국제 투자은행들 가운데는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올해 1030~104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물가 안정을 위해 새 정부가 원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한국 금융시장에서 환차익을 낸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환율은 널뛰기를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환율 변동에 민감한 투자자들의 셈법은 더욱 빨라진다. 머니섹션 M이 환테크로 살아남을 4가지 포인트를 소개한다.

①원고(高) 수혜주를 찾아라

주식 투자자라면 환율 움직임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보통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 여행·항공·음식료·유틸리티·철강 업종을 수혜 업종으로 꼽는다. 원료 수입 비중이 높거나 외화 부채가 많아 원화 값이 오르면 비용이 줄어드는 업종들이다. 여행주의 경우 원화 가치 상승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비용 부담이 줄어 여행객 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원화 약세일 때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IT(전기전자) 업종과 자동차 업종은 원화 강세 시기에 불리한 업종으로 꼽힌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일본 기업들이 최근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어 국내 업체의 입지가 더 좁아지고 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 업체, IT 업체 등은 다른 업종보다 환율민감도가 높은 게 사실이지만 국내 IT 기업들의 높은 품질 경쟁력과 자동차 업체의 해외 생산 비중을 감안할 때 원화 강세로 인한 악영향이 과거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②원화 강세 예상 땐 펀드 환헤지

해외펀드 투자자는 펀드가 환(換)헤지형인지 환노출형인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를 예상하는 시기에 해외 펀드에 가입한다면 환헤지 상품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환헤지 펀드는 투자 시점에 환율을 고정해놔 환차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반면 환노출 펀드는 환율 변동의 영향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원화 값이 오르면 원화 환산 때 환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지난 29일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부터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6개월간 환헤지를 한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 수익률의 두 배를 웃돌았다. 같은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라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컸다.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China A Share증권자투자신탁 1' 펀드는 환 헤지형은 최근 6개월간 3% 수익을 냈지만 환노출형은 3% 손실을 냈다.

③외화 반등 노려 외화예금 미리 적립

달러화와 엔화 약세를 틈타 외화예금이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달러화나 엔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쌀 때 사서 미리 외화예금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다. 예금을 찾는 시점에 달러화나 엔화 값이 오르고 원화 값이 떨어져 있다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유학생 부모 등 외화 실수요자 외에 일반 투자자도 외화예금에 가입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개인용 엔화예금 잔액은 작년 9월 말 2억2100만달러에서 12월 말 4억9900만달러로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 달러화 예금 잔액도 3%가량 늘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한꺼번에 큰 금액을 외화예금에 예치하기보다는 외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경우를 대비해 조금씩 분할매수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④엔 선물 거래는 위험도 커

엔저·원고 흐름이 뚜렷해진 가운데 최근 엔화 선물을 사고파는 엔 선물거래 규모가 크게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엔 선물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작년 평균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급증했다. 엔 선물거래는 통화 선물거래의 일종으로, 엔화를 미래 일정 시점에 미리 약속한 가격으로 매매하는 외환 투자 방식이다.

통화 선물거래는 개시증거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커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으로 꼽힌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PB팀장은 "엔화 가치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본다면 엔화 선물을 매도한다"며 "환율 등락폭이 클수록 수익이나 손실도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