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120년 전 유럽 사로잡은 '코레아 신부' 내년 한국서 부활

'나비부인'(1904), '투란도트'(1926)보다 먼저 유럽을 사로잡았던 '코레아의 신부(新婦·1897)'〈본지 2012년 11월 29일자 보도〉가 120년 만에 한국에서 되살아난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사진〉은 3일 "내년 6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코레아의 신부'를 복원해 정식 공연을 올리기로 했다"며 "국내 정상의 안무자와 최종 계약을 앞두고 일정을 조율 중이며, 최고의 무대 미술팀을 꾸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찬사를 받을 만한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본지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코레아의 신부(Die Braut von Korea)'는 19세기 유럽 예술의 수도 빈에 소개된 원조 한류(韓流) 공연. 청일전쟁을 배경으로 한국인의 애국심을 강조한 4막9장의 발레로, 1897년 5월 22일 오스트리아 빈 궁정오페라하우스(현 국립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됐다. 현재까지 발굴된 것은 13쪽 소책자에 설명된 발레 줄거리와 모든 악기의 악보와 지휘 방법이 기록된 543쪽 분량의 총보(總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단장 정윤재)의 지원으로 자료를 발굴한 박희석 박사(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박사후 연구원)는 "보도 이후 빈 국립오페라하우스 기록보관소에 문의한 결과, 악기별 악보도 찾아냈다는 연락을 받아 입수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밝혔다.

☞코레아의 신부·나비부인·투란도트

발레 '코레아의 신부'는 동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유럽에서 일본이 배경인 오페라 '나비부인'(1904)이나 중국 소재 오페라 '투란도트'(1926)보다 앞서 한국적 소재가 유럽인의 사랑을 받았음을 최초로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작곡가 푸치니가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였다는 '나비부인'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미국인 해군사관 핑커튼을 사랑하다 버림받는 일본 여성이 주인공이다. '투란도트'는 얼음처럼 차가운 중국 공주가 수수께끼를 못 맞히는 구혼자를 차례로 살해하다 결국 사랑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코레아의 신부'는 발레 작품이 길어야 2년 공연되던 시기에 5년간 장기 공연된 인기 레퍼토리였다. 1895년 하인리히 리델이 줄거리를 쓰고, 1897년 빈 궁정오페라하우스 악단장이던 요제프 바이어가 곡을 만들었다.

청일전쟁에 휘말린 조선의 왕자가 조국을 구하기 위해 전장(戰場)에 나가고, 그를 사랑하는 조선 여인이 목숨을 내걸고 함께 전쟁의 불바다에 뛰어든다는 내용이다. 대형 아치형 무대장치 8개, 대형 암벽 구조물 4개가 선 거대한 무대에 올려졌다. 의상이 312벌에 달하는 화려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