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일본의 ‘독도 전담 부서’ 설치 검토… ‘독도 이장’ 김성도씨

“독도에 올라가 보소. 거기서 일본의 섬 쪼가리가 보이나 울릉도는 환하게 다 보이거든”

“뭍에 나오면 난 당뇨가 있어 병원 다니는 게 일이니더 할마이는 매일 목욕탕 가니더”

일본이 '독도 전담 부서'설치를 검토한다고 했을 때, 우리의 '독도 이장'김성도(73)씨를 떠올렸다. 김씨는 독도에 있지 않았다. 포항의 둘째 딸 아파트에서 겨울을 나고 있었다. 춥고 파도가 세 연락선조차 끊기는 겨울철(11월~2월)에는 독도에서 나와 지내는 것이다.

눈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포항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체구는 작아도 단단해보였다.

"이 동네는 잘 모르니더. 도로 건너면 바닷가라, 어디 앉을 데가 있겠지예. 나한테 무슨 할 얘기가 있능교?"

겨울 바닷가는 비어있었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호텔의 객실을 빌려 그와 마주 앉았다.

―독도에 살다가 딸네 집에 와 계시면 어떠세요?

"당뇨가 있어 여기 오면 병원 다니는 게 일이니더. 할마이(아내)는 매일 목욕탕 가니더. 해녀는 나이가 많아도 물에 안 들어가면 몸이 아파 못 견디거든. 나는 그냥 울릉도에서 지내면 되는데, 할마이가 딸네 집에 가자고 그러니…."

―딸이 잘 해주지 않나요?

"고요하게 지내다가 여기 와 보소. 손주들이 귀찮으니더. 이것 사달라 저것 사달라 하지. 내가 자식 키울 때는 한 번도 자식을 안 안아보고 키웠는데."

―할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손주는 귀여워야지.

"손주들은 여름방학만 되면 내가 사는 독도로 와요. 지난여름 독도에 와 있을 때는 대통령도 만났잖아요. 독도 경비대장이 '내일 대통령 오십니다' 하고 전화했어요. 그때 '나는 벌써 알고 있어'라고 해줬지, 하하하. 내가 초청을 했는데."

―대통령을 초청했다니?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수협중앙회 창립 50주년 행사 때 내가 그랬거든. 대통령이 오셔서 우리 부부와 한 테이블에 앉았어요. 두 시간쯤 얘기를 했니더. 내가 '꼭 독도에 와주셔야 합니다'고 하니, '꼭 가겠다' 했어요. 하하하. 그러니 대통령 오실 줄 내가 알았지요. 주위 사람들에게 '독도에 대통령 온데이'말해줬지예. 다들 안 믿더라고. 아, 넉 달 만에 오신 거 아닙니까. 내가 독도 경비대 식당에서 대통령께 인사할 때 '아이고, 진짜 약속을 지키셨네요' 했지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2012년 8월 10일)으로 한·일 관계가 한창 시끄러워졌지요.

"어차피 시끄럽다고요. 안 그런들 저자들이 가만히 있능교. 안 시끄러운 걸 원하면 아예 우리 바다를 떼주지."

―일본이 '독도 전담 부서'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현재 독도 이장(里長)으로서 할 말이 있겠는데요.

그는 앞뒤를 재지 않고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그걸 생략하고 적으면 이렇다.

"옛날에 울릉도에서 독도를 가려면 어선으로 10시간이나 걸렸어요. 그때도 일본 배는 우리 명령을 받았어요. 독도 해안에는 배도 못 댔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저러는 것은,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 거잖아요. 이 ×들이 앞으로 더 달려들 거라고요."

―김 선생님은 민족주의와 애국심의 상징처럼 됐습니다.

"그쪽에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독도에 올라가 보소. 거기서 일본의 섬 쪼가리가 보이나. 하지만 울릉도는 환하게 다 보이거든. 그런데 자기 땅이라고? 몇 년 전 일본 기자가 독도에 들어와 인터뷰를 해달라고 했어요. 내가 미쳤다고 응해요. '돌아가라. 새파란 처녀를 끌고 가 호호백발이 됐는데도 안 그랬다고 하는 나쁜 ×들' 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쳤지."

그의 아버지는 원래 울산 사람이었다. 일제 때 울릉도에 들어왔다. 울릉도 처녀와 결혼해, 그가 출생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배 타는 데를 따라다녔다. 그때만 해도 울릉도 주민들은 독도까지 나가지는 않았다고 한다.

"먹고살 만하면 거기까지 갈 턱이 있겠능교. 요즘 연락선으로 3시간이 걸리지만. 그때 어선으로는 열 시간 넘게 걸렸어요. 게다가 무인도라 누가 그런데 가려고 하나요."

―김 선생님은 독도와 인연이 어떻게 시작됐나요?

"내가 월남에 파병된 '비둘기부대'1기생입니다. 16개월을 근무했니더. 화랑무공훈장까지 탔어요. 하지만 제대해서 돌아오니 뭐 할 짓이 있능교. 배운 게 배 타는 건데. 해녀들을 배에 싣고 나가고, 채취한 전복을 옮기고, 저녁이 되면 다시 해녀들을 싣고 들어오는 일을 했니더. 그때 해녀인 할마시를 만났지예. 하지만 이미 울릉도 근방에서 전복도 안 잡혀. 워낙 많이 잡았기에 없는기라. 그때 최종덕씨가 독도에 오라고 권했지예."

―'독도 주민 1호'인 고(故) 최종덕씨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지예. 울릉도에서 우리 부부가 최종덕씨 집에서 세 들어 살았니더. 이분은 선주고, 나는 그 배를 모는 선장이었지예. 이분이 나보다 1년 먼저 독도에 들어갔지(최씨가 독도에 들어간 해는 1964년이었음). 독도에 가면 전복이 많다며 나보고 들어가자고 했어요. 그때 내 형편이 안 좋아서 간 거지."

―독도에 들어가보니 최종덕씨는 어떻게 살고 있었나요?

"천막을 쳐놓고 살데. 내가 인부들을 데리고 들어가 함석집을 지었니더. 구들장도 놓았지예(독도는 경비대가 주둔한 '동도'와 이들이 사는 '서도'로 나눠져 있음)."

―몇 명이 함께 지냈나요?

"해녀와 머구리(잠수복을 입고 해산물 채취), 인부들을 합쳐 모두 열 명쯤 됐니더. 한 번 들어가면 여섯 달을 지내야 하니, 밥하는 아줌마도 따라갔지."

―물과 전기는?

"독도에는 나무가 없니더. 파도가 치면 통나무나 판자들이 해변으로 밀려와요. 그걸 건져서 군불을 땠어요. 밤에는 호롱불을 켜고 살았지. 우리가 사는 섬의 반대편에 물이 나요. 걸어가면 산꼭대기를 넘어야 하는데, 파도 잔잔한 날 배를 타고 가서 40~50드럼씩 물을 싣고 왔어예. 고생은 돼도 해산물을 많이 잡는 재미가 있었지. 소라·전복·해삼이 그때는 바다 밑에 가득했으니까."

―순전히 먹고살기 위해 독도에 들어갔군요.

"사람 사는 게 별거 있나. 며칠에 한 번씩울릉도서 배가 들어와 해산물을 싣고 갔어예. 그런데 객지 사람들에게 물건을 넘겨주고는 돈 떼이기가 일쑤여. 우리는 일만 하고 빈손이 됐어. 울릉도에 돈 받으러 가서 대판 싸우기도 했지."

―최종덕씨가 1981년 '독도'로 주민등록을 옮겼지요. 그때 왜 같이 옮기지 않았나요?

"이분이 '주민등록을 옮겨놓으면 경비정을 타기도 편하다'고 권했지만 그때는 별로 그런 마음이 없었니더. 내가 평생 독도에 살겠나. 여기서 해먹을 게 있어야지요. 그때만 해도 우리 사람들은 독도에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일본 배는 독도에 드문드문 보였지만, 당시 한국 배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어요. 일본 배가 독도에서 어업은 못 하고, 풍랑을 맞아 피난처로 들어온 적이 적지 않았어요. 동도(경비대)에 보고를 하면 '쫓아내지 말고 놔두라'고 했지예.우리가 일본 선원들에게 해삼을 주면 그쪽에서는 정종과 담배를 줬어요."

그와 최종덕씨 간에는 독도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는 정부 발주 공사의 수익 배분을 둘러싸고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그 뒤 최씨는 포항에 물건을 사러 나갔다가 뇌출혈로 급사했다. 1987년 9월, 그때 나이 62세였다.

―최종덕씨에게 무슨 지병이 있었나요?

"갑자기 왜 돌아가셨는지 모르지요. 눈으로 못 봤으니. 사망 이틀 전에도 내게 '어망 등을 구입해서 들어간다'는 전화를 걸어왔으니까요."

최종덕씨를 이은 '독도 주민'은 그의 사위 조준기씨였다. 조씨는 울릉도에서 근무한 해병대 출신으로 최씨의 딸과 결혼했다. 1986년 장인을 따라 독도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그는 독도 주민으로 살겠다며 들어갔으나 오래 버티지 못하고 뭍으로 나왔다.

"이렇게 되니까, 울릉도 경찰서장이 몇 번이나 내게 술을 사주면서 '김군아, 주민등록을 해놔라. 나중에 후회는 안 된다. 영토 문제도 있고. 그러면 니가 소용이 있다. 해로운 게 하나도 없다. 나중에 내게 고맙다고 할 끼다'라고 했어요. 그래서 독도 주민이 됐지예. 그때는 읍사무소에 가서 입만 떼면 주민이 됐거든."

김성도 이장은 1991년 말 독도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소위 '독도 주민 3호'인 셈이다.

―그때부터 아예 독도에 들어가서 산 겁니까?

"나는 할마이만 데리고 독도에 들어갔어. 자식들은 울릉도에 남겨두고. 할마이가 해녀니까 문어를 잡아서 생활은 했지. 안 그러면 못 사니더. 요즘에는 독도 근방에 해산물이 없니더. 문어도 안 잡히니더. 뭍에서 큰 배들이 온다고요. 근처 바다에 온통 그물이고 통발이니더. 고기를 멸종시켰어요. 내가 혹 방어를 잡으면 횟거리로 그냥 줘버려요. 경비대 아이들도 그래야 회맛 보지, 아니면 어디서 맛보능교."

―독도 주민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좀 있지 않나요?

"군청에서 안 받아줘요. 주민을 만들어줘 봐야 어디서 무얼 먹고 사능교? 독도에 집이 있능교? "

그는 2녀 1남을 뒀다. 다들 육지로 나갔다. 그의 둘째 사위만 남아 울릉군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둘째 딸 부부가 독도 주민을 이어받겠다고 들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릴. 내가 안 받아주니더. 아이들을 독도에 집어넣어서 뭘 하려고. 무슨 먹을 게 있다고."

―독도 주민이 되면 혜택도 있고 매스컴에도 나오고.

"매스컴에 나와 달라질 게 뭐 있능교. 문어도 안 잡혀, 내가 먹고살기 어려워 나가겠다고 하니까, 2년 전부터 경상북도에서 매달 100만원씩 지원을 해주곤 있지예."

울릉군에 따르면, 독도에 관한 보도가 나면 주민 신청을 하는 전화가 걸려온다고 했다. 모두 일시적인 감정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독도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주거 시설 건축이 제한돼 있고, 해산물 채취 외에는 생산 활동도 할 수가 없다. 현재 독도 주민등록자는 경비대원과 등대지기 등을 포함해 10명이다.

―독도의 하루를 어떻게 보냅니까?

"해가 좋으면 바다에 나가 종일 작업하지예. 할마이 해녀라도 홍합 한 망태기는 건져 올려요. 지금 사는 집은 정부가 새로 지은 거죠. 울릉군청 직원 두 명과 같이 지내요. 손님도 가끔 찾아와요. 경비대 아이들도 놀러 오고. "

―술은 안 마십니까?

"독도에 사는 사람이 술 안 마시고 되능교. 과거에는 99도짜리 주정(酒精)에 물을 타서 마셨지. 몇 년 전부터 당뇨로 술을 끊었어예. 여기 나오면 병원 다니는 게 일이니더."

뭔가 답답한지 그는 객실을 왔다 갔다 했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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