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유혹 소액공모, 위험부담도 높아

중소형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소액 공모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소액 공모란 10억원 미만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소액이란 이유로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신속한 자금 마련을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기업들은 소액 공모 유상증자 발행가를 주가보다 20~30% 낮춰 투자자들을 끌어모은다. 유증에 참여하고 신주가 발행될 때까지만 주가가 유지되면 한 달 남짓한 기간에 20%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는 소액 공모 유증 투자처만 찾아다니는 상황이다.

◇소액 공모에 수백억원씩 몰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글로스텍은 지난달 25일 하루 동안 9억9999만원 규모의 소액 공모를 실시했다. 그런데 글로스텍은 소액 공모를 시작하기 직전 황우석 박사의 회사인 에이치바이온 지분 2.4%를 취득했다. 투자자들은 열광했고, 무려 1879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글로스텍은 예정보다 너무 많은 금액이 몰려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금 납입일을 하루 연기했다.

글로스텍 외에도 흥행에 성공한 상장사는 한둘이 아니다. 일경산업개발은 9억9969만원 모집에 1390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태창파로스는 청약 경쟁률이 147대1을 기록했다. 엔티피아도 9억9982만원 모집에 1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청약됐다.

신공항 관련주로 분류되는 영진인프라는 지난달 30일 청약을 실시한 결과 9억9999만원 모집에 502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뜨거운 중소형주의 소액 공모 열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중 투자자금이 갈 곳이 없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저금리에 증시도 부진하다 보니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며 "최근 몇년간 흐름을 보면 중소형주에 자금이 급격히 쏠리다가 사고(상장폐지 등)가 터지면 다시 위축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부분 자금난 심각, 투자 주의해야

전문가들은 소액 공모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액 공모는 금감원의 승인 없이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이지만 연 1회밖에 하지 못한다. 소액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해야 할 때 한 번만 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그런데 연초부터 소액 공모에 나섰다는 건 그만큼 돈이 급하다는 뜻일 수 있다. 올 들어 소액 공모를 실시한 기업 중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을 낸 곳은 한 곳도 없다. 지난해 소액 공모를 한 뒤 상장폐지된 기업이 AD모터스와 큐리어스, 알에스넷, 배명금속, 폴리플러스 등 10개사에 달한다.

주가 움직임도 고려해야 한다. 소형주는 주가 등락폭이 대형주에 비해 클 수밖에 없고, 막상 유상증자 때 받은 주식을 팔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7월 소액 공모를 실시한 디브이에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청약률이 4068%를 기록했는데, 대규모 자금이 몰린 것은 주가와 발행가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당시 신주 발행가는 722원, 주가는 1300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디브이에스는 유상증자 신주 상장일이 다가올수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8월 초엔 400원대로 하락했고 현재는 300원 초반에서 거래 중이다. 전문가들은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이 임박한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매년 100여개사의 중소형사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보고를 받지 못해 4월 초 상장폐지된다. 시기상으로도 중소형주 투자 땐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라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