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다 잘나가는 국산 타이어… 세계 톱5도 눈앞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국내 타이어 3사의 '소리 없는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두 업체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13%, 10.4%로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률 10%를 웃돌았다. 부품업체가 완성차업체 영업이익률을 넘어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유럽 재정 위기 등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타이어업체들의 실적이 급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타이어 3사 실적 급성장

타이어 3사의 작년 매출 합계는 12조9000억원대로 5년 전보다 두 배로 성장했다.

한국타이어는 작년 매출 7조291억원, 영업이익 9129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보다 각각 8.3%, 57.9%나 증가했다. 외형만 키운 게 아니라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한국타이어 측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초고성능(UHP) 타이어 판매가 크게 늘면서 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타이어는 노면(路面) 접지력을 높여 주행 성능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가격은 일반 타이어보다 50~100% 비싼데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도 작년 매출 1조7006억원, 영업이익 176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8.9%, 영업이익은 58% 증가했다. 연매출은 5년 만에 3배로 커졌다. 작년 말 신설한 경남 창녕 공장이 풀가동에 들어가면서 생산 능력이 연간 300만개 이상 증가, 올해도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하는 금호타이어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업계 추정치는 매출 4조1300억원, 영업이익 37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 9%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열한 3사 경쟁 체제가 성장 동력

국내 타이어 3사는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실적이 급상승했다. 3사의 내수·해외 판매 비중은 한국타이어가 2대8, 넥센타이어가 3대7, 금호타이어가 4대6 정도다. 업계에서는 "3사가 내수 시장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것도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유명 자동차 회사에 직접 납품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브랜드 인지도 역시 급상승했다. 유럽·일본·미국 타이어업체와 비교할 때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해 호평받고 있다. 작년에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고 유럽·미주에서 폭설이 내려 겨울용 타이어 판매가 호조를 보였던 것도 실적을 끌어올렸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현대차의 성공 요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연간 1억개 생산이라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고, 브랜드 가치를 올려 제값 받기에 성공했다. 특히 전체 생산량의 30%인 연 3000만개를 생산하는 중국 부문이 호조를 보인 것도 주효했다.

◇글로벌 톱5 노린다

한국타이어는 작년 하반기 인도네시아 공장을 완공했다. 동남아 지역으로 생산·판매 거점을 넓혔고, 천연고무 생산 지역에 있어 원료 수급에 유리하다는 점 등이 장기 성장 동력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내년 말 중국 3공장이 풀가동하면 글로벌 생산량을 연간 1억개 이상으로 늘려 글로벌 톱 5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글로벌 5·6위인 이탈리아 피렐리와 일본 스미토모가 8조원대 매출로 한국타이어의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국타이어는 작년에 국내 자동차산업 부문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면서 "글로벌 생산 유연성까지 갖춰 올해 경영 목표를 상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