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것 없는데… 즉시연금 막차 80%가 2억 이하

요즘 금융가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상속형 즉시연금이다. 목돈을 맡기면 매달 이자만 받고 원금은 나중에 본인이 찾거나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보험 상품이다. 지금까지는 10년 이상 유지하면 전액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었지만, 15일부터는 2억원 이하까지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이처럼 즉시연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축소됨에 따라 자산가들 사이에 상속형 즉시연금에 대한 '막차 타기' 투자 바람이 거세다.

그런데 삼성·한화 등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중 상속형 즉시연금에 새로 가입한 신규 가입자 5명 중 4명은 2억원 이하 금액을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2억원 이하 가입자들은 언제 가입해도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데 괜히 서둘러 가입한 셈이다. 이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금융가에서는 15일 이후 과세가 시행되기 전에 미리 가입해서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큰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즉시연금에 가입했다는 얘기를 많이 접하면서 부화뇌동해서 서둘러 가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황현숙 동양증권 테헤란센터 PB는 "15일부터는 즉시연금 가입 조건이 나빠진다면서 만기도 안 된 예금을 깨서라도 가입하겠다는 고객도 있다"면서 "즉시연금은 만기가 10년 이상으로 길어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필요한 상품인지 반드시 따져보고 가입해야 나중에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요즘 보험사 상담 창구에서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들을 뽑아 답을 정리했다.

―중도해지하면 어떻게 되나.

"비과세되는 상속형 즉시연금은 만기가 10년 이상이다. 만약 피치 못할 일이 생겨 중도에 해지하게 되면 원금도 못 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입 5년 후 중도해지하면 원금의 96%만 돌려받을 수 있다. 만기 전에 목돈이 필요하면 해지 대신 보험 계약 대출(이율은 연 5% 중반)을 받는 것이 방법이다."

―만기 전에 사망하면 어떻게 되나.

"상속형 즉시연금은 목돈을 맡기고 매달 이자만 받다가 원금은 만기(10~20년) 때 본인이 찾거나 혹은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상품이다. 만약 만기가 되기 전에 피보험자가 사망한다면 보험 계약은 그 시점에서 종료된다. 이때 원금은 유가족에게 지급되며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된다."

―물가가 오르면 연금액도 늘어나나.

"국민연금처럼 물가에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장치는 없다. 즉시연금은 매달 바뀌는 공시이율에 따라 연금액을 지급한다. 보험사마다 공시이율은 다르다. 2월 기준 공시이율은 연 4.2% 전후다. 공시이율은 보험회사의 운용자산 이익률과 국고채·통안채 등 외부지표 수익률 등을 반영해 산출한다."

―즉시연금 수령액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가.

"즉시연금은 비과세 상품이기 때문에 연금액으로 얼마를 받든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15일 이후에 가입한 상속형 즉시연금은 가입금액 2억원까지만 비과세가 되며,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는 즉시연금의 연금수령액은 이자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당연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된다."

―만약 15일 이후 즉시연금에 3억원을 넣으면 세금은 어떻게 되나.

"비과세 혜택을 보려면 돈을 쪼개 2억원짜리 계좌와 1억원짜리 계좌 2개를 만들면 된다. 2억원 계좌는 비과세 혜택을 누리고, 나머지 1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만약 3억원을 한 계좌에 넣으면 비과세 한도인 2억원을 초과한 즉시연금으로 간주돼 전액에 대해 세금을 과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