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으로 살아온 당신… 여생 행복 위해 '아·나·꿈' 하라

반평생 이상을 매일 치열한 전쟁 속에 살아온 아버지들. 직장에서는 생존경쟁에, 가정에서는 존재상실에 시달리며 서러운 삶에 힘들다는 말 한 번 뱉기 어려운 불쌍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가장들이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듯, 요즘 TV 드라마에선 소외된 아버지를 중심으로 그들의 애환과 고뇌를 조명하는 장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드라마 '내 딸 서영이'는 각기 다른 인생의 파도를 넘나드는 세 남자의 애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을 통해 가장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우리 아버지들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진정으로 행복한 노후 준비에 필요한 은퇴 키워드 3S, 즉 '아끼고(Save)·나누고(Share)·찾아라(Seek)'를 살펴보자.

◇기본으로 돌아가 아껴라(Save)

이삼재(천호진 분)는 조기실직과 빚보증, 도박으로 가정경제를 파탄 냈고, 이로 인해 아내를 잃고 자식에게도 외면받았다. 하지만 인생을 후회하며 자식들에게 무한사랑을 주는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아버지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아버지가 자신 또한 극중인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맞벌이가 대세인 요즘 세대와는 다르겠지만, 가정경제를 홀로 책임지며 밤낮으로 처자식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아버지들이다. 이들에게 은퇴 준비란 어쩌면 달나라 얘기나 다름없이 들릴 것이다. 모아 놓은 것, 준비한 것이 없는데 당연한 일 아닌가.

하지만 달나라도 결국 인간의 도전을 허락했듯이 은퇴 준비도 작은 것부터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면 가능하다. 따뜻한 노후를 위해서는 우선 모아야 산다. 그것이 예금이든, 연금이든, 펀드든 상관없다. 과거와 같은 두자릿수 금리를 기대하거나, 한순간의 일확천금을 꿈꾸어서도 안 된다.

또한 가능한 한 아끼고 줄여야 산다. 잘못된 소비습관을 하나씩 고쳐보자. 그러면 가능하다. 기본은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과 티끌 모아 저축이다. 일본식 메가트렌드를 따라가는 장기불황의 위기 속에 이제 개인의 은퇴 준비는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부터 충실하게 시작해야 한다.

◇아내와 친구가 되어 공유하라(Share)

강기범(최정우 분)은 일에서의 성공이 가정에서의 성공이라 믿으며, 스스로 가정을 도외시하며 살아온 남자 지존의 대표. 영국의 한 언론 발표에 의하면 죽기 전에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일을 너무 열심히 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아내 또는 자식과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적었다는 말이다. 물론 직장생활에서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라든지, 성공에 대한 강한 압박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내를 위해 무엇이든 노력해야 한다. 뒤늦게 후회해 봐야 냉랭한 부부관계는 회복하기 여간 어렵지 않고, 실행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오죽하면 식당에서 밥상만 쳐다보고 말없이 먹는 중년 커플은 반드시 우리나라 부부라고 하겠는가.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버리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친한 동창이나 친구를 만날 때처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즐기며 아껴주자. 아내하고 마주하는 조촐한 술자리도 좋고, 같은 취미를 나누어도 좋다. 또한 주기적으로 여행이나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아내의 얼굴에서 남편에 대한 사랑의 미소가 번질 것이다. 아내와 친구가 되어 보자. 아내는 노후의 가장 든든하고 막역한 나의 벗이다.

◇나만의 꿈을 찾아라(Seek)

최민석(홍요섭 분)은 절반은 성공한 인생이지만 직장과 가정에서 소외된 후 자신의 끼와 배우의 꿈을 찾아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자유영혼의 아버지다.

얼마 전 한 조사에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10명 중 2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신에게 떳떳하며,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한다든지, 외국어와 스포츠, 악기 하나 정도는 즐기면서 봉사하며 살아야 중산층이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가장 활동적인 사람은 꿈을 좇는 사람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끼와 꿈을 되살리면 재미도 찾고, 열정도 찾고, 젊은 노후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의 50~60대는 과거와 달리 신체적·외양적 젊음을 잘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했고, 자기계발과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뉴시니어 세대다.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것이 운동이나 레저라면 육체적 건강을, 예술이나 취미라면 정신적 건강을 가져다준다.

나아가 그 재능을 사회에 기부할 수도 있고, 좋은 스펙(자격 조건)이 되어 노후에 큰 무기로서 경제적 안정을 도모할 수도 있다. 지금 힘들다고 움츠리고 위축되기보다 냉철하게 자신의 미래를 새롭게 디자인해 보자. 내게 맞는 인생 후반의 길을 분명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