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아줌마가 받은 설 '손수건 연하장'엔 成大生 1800명 메시지…

"30년 넘게 학교에서 청소했지만 이런 선물 처음 받아보네요."

6일 오전 경기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 도서관 5층 휴게실. 30년 가까이 일해온 청소부 고금윤(여·65)씨가 학생들이 만들어준 손수건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고씨 동료 직원 9명의 손에도 하나같이 불그스름한 천 재질의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 손수건을 받은 정순덕(여·53)씨는 "(학생들) 정성 때문에라도 매일 머리에 두르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윤양례(여·60)씨가 "아까워서 그걸 어떻게 그렇게 쓰냐"고 답했다. 손수건을 건넨 조우상(24·신소재공학과 3학년)씨는 "이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으면 손수건이 아니라 테이블보를 만들어 드릴 걸 그랬다"고 말했다. 휴게실은 이내 웃음바다가 됐다.

이 손수건은 성균관대 학생들이 설을 앞두고 도서관을 매일같이 청소하고 관리해주는 '청소 아줌마' '경비 아줌마' '경비 아저씨' 등 24명을 위해 만든 '특별한' 설 선물 손수건이다. 이들이 청소하는 도서관 연면적(4만225㎡·1만2168평)은 축구장 5개 반을 합친 것보다 넓다. 손수건엔 이 학교 학생들이 직접 적은 감사의 메시지들이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혀 있다. 감사의 글은 1800여명의 성균관대 학생들이 참여해 전달한 글 중 '감사의 뜻이 잘 표현된' 글만 추려낸 것이다.

'특별한 설 선물 손수건'의 시작은 '종이가 아닌 재질로 연하장을 만들어보라'는 디자인 수업 과제였다. 수업을 듣던 조씨는 청소 아주머니들에 대한 학생들의 감사 메시지가 담긴 손수건 연하장을 생각해냈다. 실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획서만 제출하는 과제였다. 하지만 기획서를 쓰기 위해 주변 친구 8명에게 '샘플' 메시지를 받아본 조씨는 '진짜 손수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기만 했던 청소 아주머니들에 대한 진심 어린 말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밤을 새우다 보면 새벽부터 나오셔서 일하시는 모습을 자주 봤었는데 그럴 때마다 게으른 저를 반성하곤 했답니다. 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그동안 분리 수거도 대충 했었는데 앞으론 절대 그러지 않을게요. ㅠㅠ" "지난번 놓고 갔던 작업물도 잃어버리지 않게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친구들은 글을 통해 마음속에만 담아뒀던 말들을 털어놨다.

기말고사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12월 중순, 조씨는 서울과 수원의 두 캠퍼스 도서관에 포스터를 붙이고 감사 메시지를 모았다. "처음엔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줄지 걱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우(杞憂)'였다. 열흘 만에 1800여명이 메시지를 남겼다. 조씨는 메시지 하나하나를 컴퓨터로 스캔했다. 디자인학과 임지형(23)·손유희(여·23)씨도 소식을 듣고 조씨를 도왔다. 학교 도서관은 손수건 제작 비용 40여만원을 지원했다.

이날 세 학생은 직접 디자인한 손수건을 청소 아줌마 등에게 전달했다. 학교에서 마련해준 비누, 치약, 샴푸 등이 담긴 설 선물세트와 함께였다. 손수건은 이렇게 '설 연하장'이 됐다.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자리까지 가리지 않으시고 저희 곁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표현을 잘 못해서 죄송합니다. 무뚝뚝한 집안에서 자랐어요."

"지나가다 '감사합니다!'는 말 한마디가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이렇게 글로나마 대신합니다. 새해 따뜻하게 보내세요♥"

"화장실 들어가는데 청소 아주머니가 계셨어요. 입구가 좁아 아주머니와 부딪혔는데, 도리어 아주머니가 더 미안해하셔서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힘드실 텐데 항상 웃는 얼굴로 청소해주시는 어머님들! 사랑합니다!"

"2013년도 힘내세요! 학생들이 응원합니다."

이런 글들이 손수건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가로, 세로 각각 45㎝인 손수건은 모두 4종류 디자인에 손수건 하나당 200~300건의 글들이 담겨 있다.

그중엔 "어느 날 화장실에 앉았을 때 문에 붙어 있던 편지를 읽은 적이 있어요. 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도 있었다. 지난해 4월 한 청소 아주머니가 학생들에게 남긴 쪽지를 가리킨 것이다. 당시 쪽지 내용은 이랬다.

"많은 꽃들아! 억새가 예쁘다 해도 성균인 그대들만 할까요? 그대들은 다 내 아들과 딸이므로 매일 아침 청소를 깨끗이 하고 있으니 발로 변기 뚜껑 열지 않았으면 해요. 항상 깨끗하게 이용하는 그대들이 있어 기쁘게 청소하고 있는 아줌마가 드리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