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에겐 CEO란… 최고 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최고 에너지 책임자(Chief Energy Officer)!

"현재 한국·중국 등 아시아권은 DHL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내에 30%까지 비중이 높아질 것입니다."

세계 최대 물류 회사 도이치포스트(DP) DHL의 프랑크 아펠(Appel·52) 회장은 "물류 산업 전반에서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DHL 투자의 상당 부분은 중국·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DP DHL은 독일 국영 우체국에서 출발해 민영화된 기업이다. DHL 등 대형 물류 업체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아펠 회장은 컨설팅 업체 매킨지 출신이다. 2000년 DP DHL에 경영 임원으로 발탁됐고, 2008년 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지난 5일 태국에서 있었던 물류 창고 오픈 행사에 참석한 뒤, 다음 날 방한했다.

"지난해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공항에 문을 열었던 북아시아 허브(Hub) 물류 처리 시설은 독일 밖에서 이뤄졌던 최대 규모의 투자입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부산, 2010년 인천 등에 물류 시설 투자를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DHL은 상하이에 1억32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입해 화물 운반 전용기 8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아펠 회장은 작년 독일 본사 사무실을 떠나 3주 동안 중국에서 업무를 볼 정도로 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치인·직원·고객을 직접 만나 중국의 변화상을 몸으로 느꼈어요.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친환경 산업 등 질적 성장에도 관심이 높더군요."

거대 시장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한국은 어떻게 바라볼까. 아펠 회장은 "지리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올 6월쯤 한국에 물류 창고를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펠 회장은 2008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직후 비핵심 사업 매각 등을 진두지휘했다. 대표적 사례가 40억달러를 투자한 미국 내 특송(特送) 사업 포기였다. 아펠 회장은 "당시 미국 사업을 정리할 때, 2008년 대선과 맞물려 오바마·매케인 등 대선 후보들이 모두 나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로 정치권의 압력이 높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사업을 계속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고 직원들과 정치권을 잘 설득했기 때문에 더 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펠 회장이 이끄는 직원은 전 세계 50만명. 고객은 220여 개국에 있다. 아펠 회장은 "CEO(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는 최고 에너지책임자(Chief Energy Officer)의 약자이기도 하다"며 "나의 중요한 역할은 조직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활기 넘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