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대명사' 청라·킨텍스 일대 봄기운 돈다

지난 7일 찾아간 인천광역시 청라국제도시의 랜드마크 '엑슬루타워' 주변 상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공인중개사무소만 가득했던 1~2년 전과는 달리 식당·커피숍·미용실·요가학원 등 다양한 가게가 영업 중이었다. 엑슬루타워 상가 점포 150여 개는 대부분 임대가 끝났다. 길 건너 '청라 센트럴 프라자' 앞에서는 길게 줄 선 학원 셔틀버스에서 아이들이 계속 쏟아져 내렸다.

'청라사랑' 공인중개 박준포(48) 실장은 "젊은 사람이 많아지면서 썰렁했던 도시에 활기가 생겼다"며 "최근에는 관심 갖는 세입자도 늘면서 전세금도 바닥을 어느 정도 찍었다"고 했다.

'수도권 시장 침체의 요약판' 오명이 붙은 청라국제도시와 고양시 일산신도시 등 경기도 서북부 지역에 온기(溫氣)가 돌고 있다. 이 일대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각종 신도시와 택지지구 조성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집값은 떨어졌고 공급과잉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대거 쌓였다. 장밋빛 전망을 앞세웠던 각종 개발사업은 줄줄이 중단됐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입주가 꾸준히 이어지고 인구가 늘면서 배후 수요를 바탕으로 한 새 상권이 생기고 있다. 주변 부동산 시장도 '후광 효과' 기대가 커졌다.

◇2년 새 주민 수 10배 된 청라

청라국제도시 인구(서구 청라 1·2동)는 1월 말 기준 5만6000명이 넘는다. 2011년 1월 당시엔 5000명을 조금 웃돌던 수준이었다. 유동인구가 늘자 상권이 활발해졌다. 엑슬루타워 주변 일부 상가에는 1000만~2000만원 안팎의 권리금도 붙었다. 인근 K공인중개 이모(50) 이사는 "목 좋은 가게를 찾는 문의 전화도 1주일에 20~30통씩 온다"고 했다. 작년 12월에는 롯데마트도 영업을 시작해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청라에 처음 들어서는 대형마트다. 오기환 점장은 "향후 9만명까지 인구가 늘어날 전망이라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상권"이라고 말했다.

'싼 전세금'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파트 거래가 끊기자, 입주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앞다퉈 세입자를 구하면서 전세금이 저렴해졌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집 크기에 상관없이 9000만원 안팎이면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신혼부부 등 30~40대가 부쩍 늘었다.

C공인중개 김모(54) 대표는 "청라도 이제 살 만하다는 인식이 커져서 요즘에는 바로 계약을 하지 않으면 전셋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전용 85㎡ 기준 전세금이 1억2000만원 안팎으로 1000만~2000만원 오른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대형 쇼핑몰 효과 기대하는 일산

일산신도시에는 3월 말 문을 여는 대형 쇼핑몰 '원마운트'가 기대주다. 청원건설이 빈터로 남아 있던 킨텍스 지원단지 부지에 연면적 16만㎡ 규모로 쇼핑몰·스노파크·워터파크 등을 만든다. H&M·자라 등 글로벌 SPA(제조·유통을 일괄로 하는 의류 회사) 브랜드 등 150여 점포가 들어선다. 현재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200여 명의 인부가 한창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다.

원마운트 고재춘 부장은 "유명 SPA 브랜드의 경우 본사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정도로 글로벌 브랜드들이 이 일대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이 주변에는 다른 편의시설이 속속 문을 열고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3월 대명산업개발의 MVL호텔, 5월엔 원마운트 내 놀이시설이 개장한다. 연말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두 배 규모인 수족관 '한화 아쿠아 플라넷'도 손님을 받는다.

이 일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각종 개발사업이 자금난으로 중단돼 상권 조성이 지지부진했다. 밤에는 가로등 하나 없는 암흑천지가 돼 주민들도 외면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한류 관광 MICE(회의·포상 관광·국제회의·전시회) 복합단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는 지난달 이 사업에 7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최근 2만석 규모의 K팝(한국 대중음악) 공연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새 상권은 주변 부동산 시장에 호재다. 하지만 시장 침체 분위기가 아직은 더 강해 당분간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두 지역 모두 정부나 지자체가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거나 지원하고는 있지만,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문제다.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게 관건이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많지 않다. 청라나 일산 킨텍스 주변에는 빈 땅으로 장기간 방치된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상권 활성화는 모두 경기 회복이나 교통 호재 등과 맞물려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경기 서북부의 공급 과잉 상황을 감안하면 실수요자나 투자자 모두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