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선루프 옵션 중고차 비싸게 팔 수 있어"

"몇 년 타다가 팔고 다시 새 차로 바꾸고 싶으면 되도록이면 검은색 계통이 좋습니다. 스마트 키와 선루프 옵션도 선택하는 게 좋아요. 러시아인들이 선호하기 때문이죠."

현대글로비스 시화중고차경매장의 곽용호 부장은 13일 "신차를 구입할 때부터 언제쯤, 어떻게 중고차를 처분할 것인지 전략을 미리 짜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해외에서의 한국차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중고차의 해외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중고차수출단지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고차 수출 실적은 36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1년에 비해 4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대수 기준으로는 요르단으로의 수출이 가장 많지만 수출금액으로는 러시아가 1위다. 곽 부장은 "요르단으로 수출되는 중고차 평균 단가는 대당 650만원 선인데 러시아는 그 두 배가 넘기 때문에 오래 타지 않고 팔 생각이라면 러시아인들이 선호하는 사양을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중고차 재테크 시대'가 열렸다고 말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신차는 155만대였지만 중고차 이전 등록 대수는 328만대로 신차의 두 배가 넘었다. 중고차는 '정가'가 없다. 신차 구입 및 중고차 처분 시기, 모델,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그런 중고차 거래가 신차의 두 배가 넘는 시장이 된 것이다. 게다가 수출까지 크게 늘고 있으니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해외 중고차 바이어들이 어떤 차를 선호하느냐까지 고려해야 현명한 '자동차 소비'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값은 운행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낮아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구입·처분 시기를 잘 잡으면 산 값보다 비싸게 파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아 시기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판매상인 김모(36·경기 부평시)씨는 2011년 가을 2008년형 NF쏘나타를 1100만원에 사서 1년을 타고 지난해 10월 산 가격과 똑같은 1100만원에 되팔았다. 김씨는 "관심 모델을 두세 개 찍어놓고 구입·판매 시기를 계속 연구했다"면서 "덕분에 1년은 차를 공짜로 탄 셈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중고차 경매 시장의 낙찰가격을 살펴보면 오래된 차라고 무조건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기 준중형 승용차인 아반떼HD 1.6 럭셔리 2007년형의 경우, 현대글로비스 중고차 경매장에서 2011년 3분기 평균 낙찰가는 830만원이었지만 2012년 3분기에는 900만원으로 오히려 올랐다. 오준석 현대글로비스 중고차 사업팀장은 "중고차 값은 연식, 모델, 옵션, 주행거리 등 차량 상품 자체의 내부 요인이 가장 큰 변수지만 시장 재고, 수요와 공급, 경기, 수출 동향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주식 종목을 살피듯 자신이 사거나 팔고 싶은 모델의 가격 흐름을 잘 살펴서 거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차 전문가들은 자동차 새 모델이 언제 출시됐고, 언제 많이 팔렸는지를 고려해 거래 시기를 잡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봄 출시된 인기 차종 신형 싼타페의 경우, 출시 직후 구입해 2년이 안 되는 시점에 처분하면 좋은 값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싼타페는 신차 대기 수요가 많아 계약 후 차량을 인도받는 데까지 석 달 이상 걸렸기에 중고차 시장의 대기 수요 역시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고차 거래업체 SK엔카 임민경 팀장은 "출시 후 2년 혹은 3년이 지난 시점에는 리스로 구입했던 차나 렌터카가 중고차 시장에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차들이 시장에 많이 풀리는 시기를 노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중고차를 처분하려는 사람은 합리적 시가(時價)가 결정되는 경매시장에 출품을 해보는 것도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현행 규정상 개인이 자동차 경매시장에서 자동차를 사는 것은 어렵지만, 중고차를 처분하는 것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