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족에 이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전북 진안 김오수 씨(46)
아이들의 산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귀촌을 결심한 김오수 씨. 오랜 직장생활과 음식 체인점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지닌 그는 진안에 정착하며 새로운 인생을 맛보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은 물론, 가족의 화목과 개인적인 꿈을 이뤄가며 행복한 귀촌의 일상을 보내는 그를 진안의 새울터 마을에서 만나보았다.
대안학교를 찾아 진안에 입성하다
“10년간의 직장생활 이후, 약 6년간 김밥체인점을 운영했습니다. 당시 두 아들이 각각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교육문제로 고심했었죠. 기왕이면 대안학교를 통해 산교육을 시키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귀농·귀촌을 결심하게 됐고, 결국 진안까지 오게 됐죠.”
‘인천 토박이’를 자처할 만큼 도시생활에 젖은 김오수 씨 부부가 진안의 귀농·귀촌인 마을인 새울터에 오게 된 배경은 오로지 아이들의 교육 때문이었다. 유행처럼 번지는 사교육과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팽배한 현실에서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방시켜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전원마을 페스티벌>에서 김 씨는 작은 희망을 보게 되었다. 귀농·귀촌인들이 어울려 사는 진안의 새울터 마을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곳은 무주의 푸른꿈 고등학교(대안학교)와 지척에 있어 아이들의 교육에도 적합한 곳이었다.
“결심할 때나 지역을 선정할 때도 항상 아내와 함께했습니다. 당연히 갈등이나 반대는 없었죠. 오히려 아이들이 걱정이었는데, 와보니 적응도 잘하고 농촌의 환경을 더욱 좋아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처음부터 온 가족이 함께 농촌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2007년 김 씨가 먼저 내려와 진안군의 귀농인 농촌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무장으로서 1년을 경험한 뒤, 2008년 새울터 마을에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총 31가구의 귀농·귀촌인이 사는 새울터 마을은 처음 농촌 생활을 접하는 가족에게 큰 위안이 되어주었다. 특히 수도권에 거주하던 주민이 많은데다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많아 아내와 아이들도 쉽게 농촌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산교육을 위해 귀농·귀촌을 결심했던 만큼 첫째 아이는 자연스럽게 푸른꿈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현재 대학생이 된 맏이는 향후 사회복지사가 되어 진안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겠다며 이곳의 삶에 만족을 표현했다. 둘째는 아직 중학생이지만, 역시 선생님이나 한의사가 되어 진안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소한의 돈벌이로 안정을 찾다
“고등학교까지는 등록금이 일절 없습니다. 인가받은 대안학교라서 일반학생은 20만 원의 등록금이 필요한데, 농사를 짓고 있으면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면 지원이 없기 때문에 고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하게 됩니다.”
집값 1억 6천만여 원을 제외하고 총 3,000만 원으로 시작한 귀촌인의 삶은, 김씨의 말 그대로 ‘최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적은 비용이라도 경제적인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첫째 아이의 대학교 등록금 때문만은 아니다. 오로지 농사로만 아이들의 지속적인 교육비를 감당하기는 초보 귀농·귀촌인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최소한의 돈벌이였다. 김 씨는 이를 위해 <전라북도마을만들기협력센터>에서 연구조사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내 역시 캠프운영 및 노인학교(한글교육) 봉사 등 사회적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귀농·귀촌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게 우선입니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의 교육을 목적으로 귀촌을 실행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돈벌이라도 아이들의 교육만 유지된다면 더없이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서슴없이 ‘최소한의 돈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큰돈을 벌기 위한 일자리가 아닌 적더라도 필요한 만큼의 수입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가족의 첫 번째 목적은 아이들의 교육에 있다. 이후에는 귀농 생활을 통해 농촌에 정착하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이기에 1,200평의 임차한 논에서 친환경 벼농사를 지으며 농촌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
그의 말처럼 귀농·귀촌을 계획할 때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람은커녕 쉽게 낙심하고 오히려 심신을 망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휴양이 목적이거나 제2의 인생, 혹은 큰돈을 계획하고 귀농을 결심한 이들이라면 그에 합당한 투자비용이나 준비기간, 지역 선정 등이 따라야만 한다.
김오수 씨는 아울러 농촌생활에서의 인간관계에서도 자신의 과한 욕심을 버리고 약간의 배려를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성공적인 귀농생활을 할 수 있을거라 덧붙인다.
이렇듯 김 씨 가족은 최소한의 돈벌이로 가족의 목적을 충분히 이루고 있다.
그래서 행복하고 유쾌한 농촌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농업은 빠른 답변을 주지 않는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기준이 아닌 시골에서의 기준으로 봤을 때, 그것은 어려움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수입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복합니다. 한편으론 그것이 바로 귀농·귀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귀농·귀촌을 준비할 때 가장 피해야 할 것이 경제적인 풍요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도시의 기준으로 수입을 계산하는 것이다. 모든 선배 귀농인이 이야기하듯 돈이 앞서는 귀농이라면 이제라도 다시 한 번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도시와는 달리 농촌에서의 일자리는 다양하지가 않다. 김 씨도 진안군의 귀농인 프로그램에 1년간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기에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일자리는 충분할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보다는 사회적일자리, 즉 봉사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문화가정의 방과 후 교사를 비롯해 군에서 주관하는 소소한 일자리는 많습니다. 물론 비용은 적지만, 다각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얼마든지 행복한 농촌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각적 시야의 확보. 기존에 지녔던 도시적 관점의 전환. 그 이전에는 마음가짐의 변화를 먼저 추구하는 것이 귀농·귀촌의 성공 키워드이다. 그렇게 농촌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게 된다면, 돈이 주는 행복을 넘어 김 씨가 강조하는 귀농·귀촌의 매력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그는 “공부! 공부!”만을 외치는 도시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를 머금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그리고 돈의 가치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의 가치가 더욱 크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당장의 1억이란 가치보다 아이들의 삶에 대한 지혜를 가르치는 것, 그것이야말로 김오수 씨 가족이 만들어가는 귀농·귀촌의 행복일 것이다.
아이들의 산교육을 위해 선택한 귀농·귀촌. 아이들의 입에서 “좀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 걸”이란 말을 들을 수 있는 김오수 씨. 진안에서의 그의 삶은 진정 성공한 인생이라 확신한다.
자료제공·농림수산식품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