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돌담, 교차로… 여행길의 풍경, 가구가 되다

따스한 봄엔 나무 냄새가 난다. 달콤쌉쌀한 그 냄새는 훌쩍 어디론가 떠나라고 부추기는 듯도 하다.

이런 설렘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펼쳐진다. 27일부터 3월 5일까지 열리는 공예디자인진흥원의 2013년 첫 번째 기획전시 '슬로우 퍼니처, 여행을 가다' 전. 가구 디자이너 7명이 여행을 테마로 원목 가구를 디자인했다. '슬로우 퍼니처'란 공장에서 찍어낸 가구가 아닌, 나무를 고르고 건조시키고 디자인하고 켜고 잇는 느린 과정을 추구하는 작가들의 가구를 뜻한다.

2년 전부터 '슬로우 퍼니처'란 이름으로 공동전시를 펼쳐온 고영규, 김명호, 김선아, 박연규, 안형재, 이경원, 이양선 등 7명의 디자이너가 21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여행에서 디자인으로 풀어낸 작가들의 생각이 재밌다. 고영규씨는 성경 속 야곱의 여행을 선반장 '야곱의 사다리'에 재해석했다. 짙은 밤색의 월넛(호두나무) 프레임과 흰 단풍나무의 프레임이 비스듬히 교차해 역동적이지만 불안정한 여행의 이미지를 던져준다. 목제 스툴(등받이 없는 의자)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여행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교차로를 형상화한 것이다.

김선아씨의 장식장 '프레임 맵'은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지도를 모티브로 한 위쪽 액자에는 여행사진을 붙이도록 하고, 아래 상판에는 여행 기념품을 담아놓도록 했다. 안형재씨의 '책장―비행기'는 붉은 참나무와 호두나무를 날렵하게 켜서 하늘을 오르는 비행기를 연상하게 하는 작품. 간이역 막국수집의 양철테이블에서 영감을 얻은 이경원씨의 식탁세트 '막국수집에서', 제주도 돌담을 나무 돌멩이로 표현한 이양선씨의 의자 '돌담'은 담백한 듯 화려한 매력을 뽐낸다. 무료. (02)398-7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