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거센 女風… "섬세함·센스가 경쟁력"

롯데백화점이 전국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매장 3곳 모두에 여성 점장을 배치했다. 롯데는 14일 최근 점장급 인사에서 여성 점장 두 명을 새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지윤(40) 영플라자 서울 본점지점장, 이주영(44) 대구지점장이다. 지난 2011년 청주점장으로 부임한 이민숙(41) 점장까지 합치면 전국 영플라자 3곳은 모두 40대(代) 여성 점장이 맡았다.

영플라자는 젊은 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패션·잡화 제품 모두 10대 후반~30대 초반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구성한 매장이다. 롯데 측은 "빠르게 바뀌는 젊은 고객 취향을 즉각 반영하기 위해 여성 점장을 전진 배치했다"고 밝혔다.

◇트렌드를 읽는 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강점

롯데는 김지은(44) 해외패션팀장을 해외패션부문장으로 임명하는 '파격'도 단행했다. 여성이 상품본부부문장 자리에 오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김 부문장은 '루이뷔통' '페라가모'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거쳐 트렌드를 읽어내는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다. 입사 직후 롯데백화점 중국 청두(成都)지점에 명품 시계 '오메가'를, 톈진(天津) 1호점에 '코치'를 입점시키는 수완을 보였다.

이달 초엔 김희경(51) 롯데마트 서울역점장이 이사대우로 승진해 고졸(高卒) 여성 사원 최초로 임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부각되는 것은 견고한 위계질서에 바탕을 뒀던 기업 문화가 점차 직원 간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기 때문. 김지윤 점장이 2010년 8월 롯데백화점 경기 구리점 잡화팀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일이다. 롯데가 GS백화점 구리점을 인수한 직후여서 GS와 롯데 직원들은 서로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는 팀원들과 그룹별 간담회를 열고 수시로 차를 마시고, 밥을 먹으며 대화를 시도했다. 그런 덕택에 1년 뒤 구리점 잡화팀은 백화점업계 전체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점포 1위로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유통업계 여성 파워 세진다

롯데뿐 아니라 최근 유통업계에는 트렌드에 밝고, 유행에 민감한 여성들을 요직에 앉히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작년 12월엔 여성 백화점장이 업계 최초로 탄생했다. 현대백화점 일산 킨텍스점장을 맡은 홍정란(46) 상무가 주인공. 주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홍 상무는 매장 곳곳을 수시로 다니며 여성 고객들의 반응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촌점 식품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젊은 층에서 인기가 좋은 대만 버블티 '공차(gongcha),' 일본 최고 인기 햄버거 '모스버거,' 독일식 디저트 '슈니발렌' 등을 입점시켜 백화점 푸드코트를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는 여성 리더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유행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여성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능력을 꼽는다. 백화점은 주요 고객의 80%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여성 임직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들을 위한 배려와 혜택도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여직원들이 임신하면 근무시간을 한 시간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 90일과 이후 1년간의 육아휴직에 더해 추가로 1년을 쉴 수 있는 '희망육아휴직제도'도 신설했다. 출산휴직과 법정 출산휴가, 육아휴직과 희망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하면 최장 3년까지 아이를 키우는 데만 신경 쓸 수 있다. 홈플러스는 만 6세 미만 자녀를 둔 임직원이 근로시간을 주당 15~30시간 범위로 줄여주는 '단축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6세 이상 자녀라도 아이들 등하교 시간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