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View] "세계 각국 저금리 기조 유지… 채권투자 올해 기대수익은 7%"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10년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의 재정위기 사태가 불거졌다. 미국·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까지 고조되자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그 덕분에 작년 한 해 채권은 최고의 수익을 냈다. 1년 기준으로 유럽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 채권) 채권의 투자총수익률(total return)은 22.1%를 기록했고, 신흥국 국채의 투자총수익률은 16.8%에 달했다.

그런데 올해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장 먼저 중국 경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 경제도 회복세를 보이고, 급박하게 돌아가던 유로존 지역도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글로벌 증시는 연초부터 호조다. 그러자 주식 투자를 권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반면 채권 시장은 과열됐다는 지적이 솔솔 나오고 있다. 올해 채권 시장 투자 전망은 어떨까.

지난 7일 머니섹션 M은 서울 HSBC 은행 본사에서 스티븐 메이저 HSBC 채권 리서치센터 글로벌 대표를 만났다. 메이저 대표는 세계 각국에 있는 HSBC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 50여명을 총괄하는 인물. 25년 동안 채권 시장의 흐름을 살펴 온 세계 채권 시장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올해엔 채권 시장에서 작년만큼의 투자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채권 시장에 거품이 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올 한 해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움직일까.

"작년 말까지 위축됐던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국가, 즉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충분한 유동성(돈)을 확보한 덕분이다. 다만 경기 회복세 자체가 2014~2015년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겠다."

―미국과 중국 경기 전망은 밝은가.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서로 상충하는 소식을 함께 접하고 있다. 전체 금융·가계 부문의 사정은 나아지고 있다. 주택 가격이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있고, 증권 시장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자동 예산삭감으로 인한 문제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중국의 경우, 이제 경제성장률이 연간 8%대의 본궤도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8.6%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무기한 양적완화를 선언하는 등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와 경기부양 정책 선언은 선진국 국가 사이에서 전체적인 게임 구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지도부가 바뀌면서 금융 시장의 주요 지표도 변화했다. 미 달러 대비 엔화 환율,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모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글로벌 채권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한국 채권 시장은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올해 글로벌 채권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2012년 채권 수익률이 아주 좋았다. 유럽 하이일드 채권의 연간 수익률이 22%를 넘었고, 신흥국 국채의 수익률은 16.8%, 이탈리아 국채는 19.1%였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에 거품이 꼈다고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본다. 많은 현금이 증권 시장에 유입됐다고는 하지만, 투자자들이 채권을 처분해서 증권 시장으로 들어갔다는 확실한 근거도 없다. 앞으로도 각국 중앙은행이 장기적으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채권 시장은 강세를 보일 것이다. 또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는 안전한 곳을 찾을 텐데 한 곳의 투자처만 찾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증권 시장과 채권 시장의) 랠리가 함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채 시장이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채 시장 거품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작년 수익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거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미국 국채를 예로 들어보자. 최근 두 달 새 금리가 0.04%가 올랐는데, 시작 금리 자체가 낮았다. 미국 국채는 통상 연초 몇 달 동안 계절적 요인으로 조정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미국 채권 시장의 수익이 작년만큼 좋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평가돼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부채상한선 조정, 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올해 여름에는 금리가 1.5%까지 내려갈 수 있다(국채 가치 상승)고 본다. 여러 가지 변수를 놓고 볼 때, 미국 국채 금리가 2%를 넘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금리 기조 때문에 정크본드(고위험·고수익의 투자부적격등급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작년 유럽권 하이일드 채권은 20%대의 수익을 냈는데, 올해도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다만 작년만큼의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올해 7%대 수익을 내는 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낮은 은행 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매우 좋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신흥국 채권 중에서 멕시코가 유망
스페인·이탈리아로도 돈 돌아올 듯
글로벌 투자자의 한국 채권 관심 커져

―한국 투자자는 브라질 국채에 관심이 많다.

"브라질은 채권 시장에서 위험자산군에 속한다.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엔, 투자 수익이 우수한 자산 중 하나일 것이다. 문제는 브라질 중앙은행이 해외 투자자에게 세금을 물려 초동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브라질은 해외 투자자의 국채 투자에 6%의 외환거래세를 부과함). 신흥국 시장 중에선 멕시코 채권 시장을 유망하다고 보고 있다. 단기채권을 놓고 볼 때엔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 채권도 수익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최근 한국 은행권이 글로벌 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데에 성공했다.

"글로벌 투자자의 한국 채권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투자자들이 안전 투자 자산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한 투자 대상이라는 것은 결국 자국 화폐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또 여러 투자자는 한국 시장이 그 저력이나 여건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은 좋은 투자 대상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나는 한국이 신흥국 국가로 편입되는 분류 자체가 잘못돼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채권에 대한 전망과 투자 전략도 궁금하다.

"한국 채권 시장을 살펴보면, 수익률 곡선이 평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전체 위원 중 한 명만 기준금리 인하에 찬성했다고 했는데, 이런 결정은 일본 등 다른 나라의 변화를 놓고 보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부인 관점에서 볼 때엔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는 게 맞는다. 그런데 한국에선 장기물에 대한 높은 수요가 이런 추세를 반대로 끌고 가고 있다. 한국 채권 수익률 곡선의 변화를 예측하려면, 언젠가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확신이 생겨야 할 것이다. 금리 인하로 인해 단기 채권의 수익률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환율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통화 가치를 둘러싼 이해 상충으로 인해 각국의 긴장감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본다. 2012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움직임을 보여준 것이 채권 시장이었다고 본다면, 올해엔 가장 큰 움직임은 통화 시장에서 나타날 것이다. 특별히 올해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주요 통화는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 영국 파운드화다. 이미 일본 엔화가 큰 폭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일본 엔화의 경우 통화 전쟁이라기보다는 '조정(correction)'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현재 엔화에 대한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는 최근 4~5년 동안의 평가 절하 추세가 조정되는 과정이다. 현재 50% 정도는 원래 수준으로 복귀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상황은 한국 국채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나.

"어느 나라나 국내 투자자나 전문가가 보는 시각과 해외 전문가가 보는 시각엔 차이가 있다. 통상 한 국가의 통화 가치가 너무 올라갈 경우, 중앙은행이 개입하게 마련이다. 국내 경기나 수출에 영향이 크다고 보면 브라질과 같은 외환거래 통제 정책을 내놓거나, 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조치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앞으로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하면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국채 수익률의 변동이 적은 상황이지만, 기준금리가 변하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