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조기 축구는 가라… 5인제 미니축구 '풋살'이 떴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의 아이파크몰 옥상. 직장인과 대학생 등 10여명이 풋살 경기를 벌이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도심 한복판의 빌딩 옥상에서 이들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공을 찼다. 마포의 한 조기축구회 회원인 이들은 "날씨가 추워 사람들이 다 모이기 힘들어 이곳 풋살장을 두 시간 동안 빌려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5대5로 나뉘어 벌이는 미니 축구 게임인 풋살이 뜨고 있다.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는 주말 오전 학교 운동장을 빌려서 해오던 조기 축구의 인기를 넘어설 기세다. 특히 경기장 규격이 11인제 축구 경기장의 3분의 1 정도여서 서울 시내 한복판 빌딩 옥상에서도 경기를 열 수 있다. 작년 4월에 만들어진 아이파크몰 7층 옥상의 풋살 경기장은 주말 주중 가릴 것 없이 다음 달까지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일정표를 확인해보니 밤 12시까지 공을 차는 '심야 풋살족'도 많았다. 류재훈(28·자영업)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중에 밤 10~12시 친구들과 모여 풋살을 즐긴다"며 "조기 축구는 하루 쉬는 주말을 희생해야 해 부담이 큰 반면, 풋살은 업무를 끝내고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파크몰 홍성일 과장은 "풋살장 예약 접수를 시작하는 매달 1일 자정에는 신청자가 폭주해 보통 1시간 이내에 피크타임 예약이 모두 마감된다"고 말했다. 이곳 경기장은 한 달에 3500~4000명이 이용하고 있고, 직장인과 동호인 등이 전체 이용자의 70%를 차지한다. 직장인들은 출근 전 새벽이나 퇴근 후에 운동을 하고, 동호인들은 주말을 주로 이용한다.

조기 축구 대신 풋살을 하는 이유는 뭘까. 풋살을 즐기는 사람들은 풋살이 축구보다 다이내믹하고 출전 선수가 공을 점유할 수 있는 시간이 축구에 비해 3~5배나 많은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추경민(25·대학생)씨는 "축구는 인원이 많아 몇 명을 제외하고는 볼 터치를 할 기회가 적은 반면, 풋살은 훨씬 공을 많이 찰 수 있다"며 "아버지를 따라 조기축구회도 나가봤지만 우르르 몰려다니기만 하고 젊은 우리한테는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이미 풋살 클럽만 6000여개에 이르고 동호인 숫자는 2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이 중 상당수는 축구와 풋살 모두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풋살 경기장은 서울 25개를 포함, 전국 231개에 달한다.

일부 조기축구회의 경우 상시적인 회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반면, 풋살은 최소 인원으로 게임이 가능해 자주 경기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쉽게 사람을 모을 수 있고, 소위 '번개' 모임도 가능하다. 한 풋살 동호인은 "직장인들은 바쁜 일정에 쫓기다 보니 여러 명이 함께 모이는 것을 번거롭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며 "마음 맞는 사람 몇 명만 있으면 언제든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풋살의 최대 강점"이라고 했다.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로서는 적은 시간을 투자해 높은 운동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우리나라가 축구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풋살의 저변 확대는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풋살을 통해 축구에 필요한 기술과 순발력, 패싱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슬라이딩과 태클을 금지하고 있어 좁은 공간에서 살아 남는 축구 기술을 익히는 데는 풋살이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브라질과 스페인 등의 축구 강국들은 풋살에서도 정상급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대길 한국풋살연맹 회장은 "경기장 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축구에 비해 풋살은 '경량화'되어 있어 저변 확대가 훨씬 쉽다"며 "마라도나나 메시 등 해외 유명 플레이어들이 풋살로 축구 기술을 습득한 것처럼 국내 풋살 인구의 증가와 함께 우리 축구의 수준도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