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서 패션으로… 홈쇼핑 '효자 품목' 바뀌다

"홈쇼핑이 더 이상 싼 제품을 파는 창구는 아니다. 당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홈쇼핑 업계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그 핵심은 소비자 취향을 가장 먼저 담아야 하는 패션 상품에 있다. '얼마나 싼 제품을 갖췄느냐'에서 이젠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패션 상품을 갖췄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활용품이나 식품이 핵심이던 홈쇼핑 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으로 업계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패션, 14년 만에 홈쇼핑 판도를 바꿨다

지난해 CJ오쇼핑은 매출액에서 근소한 차이로 홈쇼핑 업계 1위에 올랐다. 매출액은 1조773억원으로 2위인 GS샵의 1조196억원원보다 577억원 앞섰다. 1998년 이후 줄곧 1위를 지켰던 1위업체를 14년 만에 따라잡은 것이다.

역전의 최대 이유는 '패션'이었다. CJ오쇼핑은 지난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패션 상품 비중이 35％로 3대 홈쇼핑 업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것이 매출 확대로 연결됐다. 패션 PB(Private Brand·자체상품) 제품을 육성해 13개의 브랜드를 보유, '패션 브랜드 회사'라고 불릴 정도로 신경을 써왔던 게 효과를 나타낸 것. CJ오쇼핑 강형주 상무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치를 두는 상품에는 지갑을 여는 '가치 소비'가 확산했다"며 "홈쇼핑에서도 차별화된 고급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시하면서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패션은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패션 상품이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어 매출 비중을 높일수록 영업이익도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패션을 대대적으로 강화한 CJ오쇼핑과 GS샵은 영업이익이 각각 6％, 24％ 증가했다. 하지만 2011년보다 상대적으로 패션 사업 부문에 소극적이었던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 줄었다.

◇"유명 디자이너를 모셔라"… 올해도 패션 경쟁

CJ오쇼핑과 GS샵은 지난해 패션 매출을 높이기 위해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면서 패션 방송을 강화했다. CJ의 경우 지난해 10여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20여 가지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연예인 고소영씨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기도 했다.

GS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 가운데 한명인 손정완의 'SJ와니'를 통해 분당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CJ오쇼핑과 GS샵은 올해에도 패션 상품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CJ오쇼핑은 패션 PB 상품의 해외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CJ오쇼핑 이해선 대표는 "K패션의 수출을 위해 자회사인 CJ IMC를 세우고, 오쇼핑의 패션 브랜드로 전 세계 고객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GS샵 또한 싸이의 옷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서룡 디자이너 외에도 이석태·이승희·홍혜진 디자이너 등을 영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CJ와 GS에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현대홈쇼핑도 올해는 대반전을 시도할 계획이다. 패션 비중을 지난해보다 7％포인트 높여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정훈 미용잡화팀 상품기획자는 "10여개의 유명 고급 잡화 브랜드를 새로 출시해 패션 부문 매출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