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지진 와도 거뜬… 여기는 '데이터 안전지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을 겨냥해 세계 최고 수준의 지진·수해 등 재난 방비 설비를 갖춘 첨단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부산에 구축됐다. 작년 12월 완공돼 올 초 가동을 시작한 LG CNS의 '부산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보안상 문제로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부산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지난 15일 방문했다.

센터가 위치한 부산 강서구 미음지구. 축구장 5개 넓이의 연면적(3만2321㎡)을 가진 데이터센터가 아직 허허벌판인 논밭 사이로 우뚝 솟아 있었다. 건물 주변은 보안이 삼엄했다. LG CNS 관계자는 "센터 주변은 24시간 적외선으로 감지되고, 홍채·지문 등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신원이 확인된 뒤에만 센터에 발을 들일 수 있다"고 했다.

이곳은 지식경제부와 부산시·LG CNS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글로벌 데이터 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구축했다. 정부는 추가로 3곳의 데이터센터를 유치, 13만3000㎡(약 4만평) 규모의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 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부산 글로벌 데이터센터에는 지진·홍수 등 재해와 기후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이 총동원됐다. 가장 큰 특징은 국내 데이터센터 최초로 적용된 면진(免震) 설비. 리히터 규모 8.0의 지진에도 끄떡없다. 건물을 강하게 지어 지진을 견뎌내는 내진(耐震) 기술이 적용된 경우는 있었지만, 건물과 지상 사이에 구조물을 설치해 지진의 진동을 자체적으로 흡수해 회피하는 면진 기술이 적용된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지하실로 내려가자 건물을 떠받치는 회색 콘크리트 기둥 밑부분에 검은색 고무기둥 '댐퍼(Damper)'가 끼어 있었다. 김계전 IT센터운영팀장은 "96개의 기둥에 지진을 피할 수 있는 납과 고무로 된 면진 장비를 장착했다"면서 "지진이 나면 고무기둥이 좌우 60㎝로 움직이면서 바닥의 진동을 흡수한다"고 설명했다. 바닥이 심하게 요동쳐도 고무가 충격 대부분을 흡수, 건물은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규모 8.0의 지진은 전 세계에서도 연간 1회 정도밖에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위력적인 규모다. 2011년 3월 동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9.0이었다. 리히터 규모 1이 커질수록, 지진의 위력은 32배 커진다.

LG CNS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지진이 잘 발생하지 않는 데다가, 규모 역시 작기 때문에 8.0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부산은 1990년 이후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다. 부산 데이터센터에 적용된 댐퍼는 일본에서 간혹 발생하는 직하형 지진(상하로 움직이는 지진)보다 좌우로 움직이는 보편적인 지진에 맞게 설계돼 있다. 건물 지대 높이는 해발 6m이다. 일본 쓰나미 평균 수위인 4.5m, 100년 주기로 온다는 대홍수(5.5m) 수위보다 높게 지어졌다.

도시 전체가 정전(停電)으로 암흑에 빠져도 이 데이터센터는 멈추지 않는다. 발전소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 2개의 변전소로부터 동시에 전력을 공급받는 '이중화 시스템'을 갖췄다. 둘 다 끊겨도 최소 30분 이상 버틸 수 있는 대형 리튬 배터리가 상시 대기하고 있고, 이마저 끊기면 8대의 비상 발전기가 가동된다.

전산실의 장비들이 24시간 열을 뿜어내지만, 내부 온도는 항상 섭씨 16~24도로 유지돼야 한다. LG CNS는 일반 데이터센터처럼 대형 에어컨을 돌리는 대신 외부의 찬 공기를 끌어와서 서버를 식히는 친환경 설비를 적용했다. 달궈진 내부를 식히고 난 공기는 중앙의 공기 통로인 '풍도(風道)'를 타고 외부로 배출된다.

현재 이곳에는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를 비롯해 LG그룹 계열사, 일본 2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손준배 상무는 "현재 20여개 일본기업과 입주 협상을 하는 등 해외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부산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글로벌 IT 허브로 도약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Data Center)

각 기업의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장비, 저장장치 등을 대신 맡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시설.

☞내진(耐震), 면진(免震)

내진은 건물을 튼튼하게 지어 지진을 이겨내는 기술, 면진은 땅과 건물 사이에 별도 구조물을 설치해 지진의 충격을 흡수·회피하는 기술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