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요실금 기저귀가 '패션 팬티'로… 효자 산업의 진화

"부끄럽고 민망하다. 외출도 부담스러운데 여행은 무슨…."

요실금(尿失禁) 환자의 하소연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찔끔찔끔 새는 소변 때문이다. "노인용 기저귀를 차 볼래요? 두툼해서 오줌이 새지 않는다던데." 자식의 말은 서운하지만 이젠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는 성인용 기저귀 시장 규모가 2조원대에 달한다. '블루 오션'이 따로 없다. 일본 시장 점유율 1위인 유니참(Unicharm)의 성인용 기저귀는 매출 규모에서 2년 전 유아용 기저귀를 넘어섰다. 국내 요실금 환자는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중년 이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지만 남성 요실금 환자도 적지 않다. 그런데 작년 국내 기저귀 시장(5000억원)에서 성인용 제품이 차지한 비율은 14%(700억원)에 그쳤다. "수요가 있으니 팔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었지, 요실금 노인들이 '기저귀'를 착용할 때 느끼는 불편함과 심리적 모욕감까지 업체가 챙기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1위 업체인 유한킴벌리는 이 점을 주목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던 회사는 2010년 실버 소비자의 불만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아랫배와 엉덩이가 불룩하잖아요. 티가 나서 싫어요. 요실금 환자라고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기저귀가 뭡니까. 자존심 상하게. 다른 이름 없어요?"

유규영 시니어케어 제품개발팀장은 "어린아이와 요실금 환자는 소변 횟수와 소변량이 전혀 달랐다"고 했다. 한 번에 시원하게 싸는 아이들과 달리, 요실금 환자들은 몇 차례에 걸쳐 20~30㏄씩 조금씩 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녀 요도의 위치에 따라 고분자 소변 흡수체를 어디에 얼마를 둘지 알아봤다.

흡수된 오줌 냄새 때문에 주변에서 눈살 찌푸리지 않도록 참숯 등 냄새 제거 성분도 추가했다. 남성은 약간 헐렁한 트렁크 스타일을, 여성은 밀착성이 좋은 팬티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선 비대증 남성 중 요실금 환자가 20% 가까이 됐는데, 급한 대로 휴지나 생리대로 처리하는 여성과 달리 남성들은 속수무책으로 바지에 오줌을 싼 뒤 '멘붕'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시니어케어 사업부문 마임락 상무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제발 나를 환자 취급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면서 "액티브(active)와 스타일(style)이라는 두 가지 니즈(needs)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스타일 팬티'라는 콘셉트가 여기서 나왔다.

작년 10월부터 본격 생산한 이 제품은 흡수 패드 두께가 8㎜에서 5㎜로 얇아졌다. 허리 밴드의 폭도 줄었다. 남성용은 하늘색, 여성용은 분홍색을 썼다. 회사 측은 대형 마트나 매장의 요실금 팬티 판매대 위치를 유아용 기저귀 구역에서 여성용품이나 독립된 실버용품 파트 쪽으로 바꿔 노인들이 부끄러움 없이 제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런 시도 덕에 이 회사 콜센터에는 최근 넉달간 7만여통의 문의 전화가 왔다고 한다.

마 상무는 "한국 노인 기저귀 사업은 이제 시작 단계로 2020년 시장 규모는 지금의 10배에 육박하는 6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이라며 "1971년 국내 최초 출시한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 해방의 아이콘이 된 것처럼, 요실금 팬티는 실버 세대에게 활동성과 자유로움, 새 희망을 주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