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더 든든한 1등株… 실적·주가 상승

작년 한 해 경기 불황이 지속한 가운데서도 빛을 발한 기업은 업종 내 1등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데다 하반기 들어서는 원화 가치가 오르는 악재가 겹쳤지만, 1등주 영업이익률은 2등주보다 좋았던 것. 영업이익률이 좋다는 것은 경쟁력이 뛰어나 이익을 많이 낸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1등주의 경우 덩치가 있기 때문에 경기 상황에 따라 실적이나 주가 면에서 2등주보다는 충격을 덜 받은 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등주, 실적도 주가도 선방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양대 제조업체이자 IT(전자전기)와 자동차 업종에서 1등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2012년 처음으로 나란히 영업이익률 10%(연결 기준)를 넘어섰다.

주가로 보면, 삼성전자는 작년 한 해 44% 가까이 오르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9.4%)을 크게 웃돌았다. 현대차의 경우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올라가며 일본 경쟁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 2.6% 상승하는 데 그치긴 했지만, 자동차 업종 2등주인 기아차가 두 자릿수로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

1등주 약진은 통신·건설·포털업체 등 기타 업종에서도 나타났다. 1위 이통통신사인 SK텔레콤이 작년 한 해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내는 동안 2위 업체인 KT는 그 절반 수준인 5.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작년 특히나 업황이 좋지 않았던 건설업종에서도 1등주가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았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5.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2011년과 유사한 수준을 이어간 반면 삼성물산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가 면에서도 현대건설의 하락폭이 삼성물산보다 작았다.

포털업종 또한 부익부 빈익빈 상황이 심해지고 있다. 검색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NHN이 별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 45.3%를 기록했고 그 뒤를 잇고 있는 다음은 22.5%였다. 주가도 NHN이 지난 한 해 8% 가까이 오르는 동안 다음은 되레 24% 넘게 하락, 부진을 면치 못했다.

◇외국인도 어려울 땐 1등 기업만 믿는다

증권 전문가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1등주가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상황이 2008년 금융 위기 이전만큼 좋지 않기 때문에 먹이사슬 상위 기업만 마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움직임도 1등 기업 중심의 매수세가 뚜렷했다. 한국거래소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2012년 4219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LG전자 주식을 1조3228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이 기간 SK텔레콤 주식도 4594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는데, KT 매수 규모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1759억원에 그쳤다. 업종 대표주를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유망하게 봤다는 의미다.

증권업계는 올해 기업들의 실적 악화, 환율 우려 같은 굵직한 변수들이 완화되더라도 1등주를 중심으로 투자 바구니를 채우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 경제가 회복세를 타는 상황에서도 먼저 업종 대표주가 실적 개선을 하고, 2등, 3등주가 그 뒤를 잇게 마련"이라며 "좀 더 증시나 업황이 안정기에 접어들 때 2등주가 재평가를 받아치고 올라가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당분간 1등주 중심의 증시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