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 2년' KT의 실험 먹혔다

KT는 국내 대기업 중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다. 열 명 중 한 명꼴(11.3%)로, 국내 100대 기업 평균(1.5%)의 8배에 달한다. 상무급 인사에서도 승진자의 30%를 여성으로 채웠다. KT에 유달리 '여풍(女風)'이 강한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최고경영자(CEO)의 의지

원래 공기업이었던 KT는 남성 위주의 조직이었다. 여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18.9년이나 되지만 임원까지 승진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2009년 취임한 이석채 회장이 첫 임원회의를 할 때도 참석자 전원이 남자였다. 이 회장은 당시 회의에서 "고객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고, 집에서 여성들이 대부분 의사 결정권을 쥐고 있는데 당신들이 어떻게 여성의 마음을 제대로 읽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신한은행·LG생활건강 등에서 외부 인력을 영입, 기업·개인·홈고객 등 3대 사업부문의 마케팅 책임자를 모두 여성 임원으로 바꿨다.

여성 임원 발탁도 대폭 늘렸다. 2009년 4%에 불과했던 KT의 여성 임원 비율은 올 들어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아래로부터의 변화도 꾀했다. 회사를 젊게 만들기 위해 신입사원 수를 7배 늘렸고, 그중 3분의 1은 여성으로 채웠다. 이 회장은 "해외 출장을 나가 보면 글로벌 통신사에는 여성 임원이 항상 많더라"면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정과 타협하지 않고 투명경영 실천에도 적극적인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②육아 문제 해결

여직원들은 출산하면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육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KT는 육아휴직을 법정 기준의 두 배인 최장 2년으로 늘렸다. 자녀 취학 전까지는 주 3일 재택근무를 할 수도 있다.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자녀 셋을 둔 서은희(43) 매니저는 급한 외부미팅이 아니면 대부분 집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그는 "2011년 막내까지 낳으면서 퇴직을 고려했는데, 아이 셋을 돌보면서도 회사 일을 할 수 있게 근무 환경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본인의 근무처까지 갈 필요 없이 집 가까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볼 수도 있다. 전국 20여 곳에 마련된 '스마트워킹 센터'가 그것이다. 고3 아들을 둔 이선주(45) 팀장은 "아들의 대학입시나 진로 결정에 신경을 많이 못 써줘 미안했다"면서 "스마트워킹 센터가 생긴 이후 아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대화시간도 늘었다"고 말했다.

③여성 임원이 후배에게 노하우 전수

여직원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서로 뭉치게 하는 제도도 돋보인다. KT는 대리부터 부장급 여직원을 대상으로 '클래요'라는 리더십 과정을 운영 중이다. '회사에서 성장하겠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성과 창출, 팀워크 강화를 위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여성 임원들은 부장급 여직원과 정기적으로 만나 고민 상담을 하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여성 멘토링 제도'에 참여한다. 이석채 회장은 여성 팀장들에게 "부하 직원들을 무조건 감쌀 게 아니라 때로는 준엄하게 야단치고 엄하게 가르칠 필요도 있다"고 조언한다. KT의 최고위직 여성 임원은 송정희 부사장이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