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맹주 일본車, 태국서만 年 220만대 생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의 강자(强者)로 되돌아오면서 동남아 자동차 시장이 덩달아 부상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주요한 생산 기지 역할을 한 태국은 작년 사상 첫 '10대 자동차 생산국'에 진입했을 정도다.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도 동남아 진출을 추진 중이다. 현대·기아차도 동남아에 생산 거점 마련을 검토 중이나, 일본·중국 업체에 비해서는 소극적인 상황이다.

◇태국, 2015년 車 생산 세계 8위 노려

작년 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보다 68%나 증가한 245만대. 내수는 144만대로 처음으로 한국(141만대)을 추월했다. 수출도 101만대를 달성, 연간 수출 100만대 시대를 열었다.

태국의 자동차 생산이 이처럼 급증하는 것은 일본차 업체의 생산·수출 거점이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1964년 태국에 동남아 최초의 현지 공장을 세웠다. 현재는 혼다·닛산·미쓰비시·스즈키 등 8개 업체 공장이 밀집해 있다. 태국 자동차 생산 기반의 90% 이상은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업체들이 태국을 택한 이유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동남아 국가 중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돼 있었고, 수도 방콕을 중심으로 반경 150km 이내에 산업 인프라가 집약돼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기 쉬웠기 때문. 메콩강이나 동서·남북 관통 도로망을 이용해 베트남·라오스·미얀마 등 인근 국가끼리 부품·차량을 나르기 쉽다는 이점도 작용했다. 일본에서 만드는 것보다 30%가량 저렴, 닛산·도요타는 이미 소형차를 태국에서 생산해 일본으로 역수입하고 있다.

작년에는 미쓰비시·스즈키·포드·이스즈 등의 신공장이 가동했고, 올해도 도요타 승용차 2공장이 가동될 예정이다.

◇일본차 업체의 '안전판'이자 수익 기반

태국 등 동남아 시장은 일본 자동차 업체의 위기관리에 매우 중요하다. 도요타 작년 순익이 전년보다 200% 이상 늘어난 것도 동남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일본 업체는 동남아 300만대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사실상 안방 시장인 셈이다.

일본은 자국 내 500만대에 동남아 300만대까지 합쳐 연간 800만대에 달하는 시장을 확보, 외부 위기 때에도 생존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에 3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춘 일본 업체들이 작년 하반기 중·일 외교분쟁에 따른 판매 급감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비결도 동남아 시장이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현대차그룹은 국내 시장이 연간 100만대에 불과, 상대적으로 외부 위기에 취약한 구조다.

◇중·일의 패권 경쟁… 현대차도 진출 눈독

작년 자동차 수출 100만대를 처음 돌파한 중국도 동남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상하이자동차(SAIC)는 작년 하반기에 태국 현지 자동차 회사와 합작, 태국에서 차를 만들어 동남아시장에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도 6~7년 전부터 동남아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부품망을 확고하게 장악, 현대차의 진입을 견제하고 있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작년 현대·기아차의 동남아 판매는 15만대 수준에 불과했다.

일본차 해외 진출 연구의 권위자인 신타쿠 준지로(新宅純二郞)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는 "동남아에서는 신흥 시장에 대규모로 단일 공장을 지어 진출하는 현대차 특유의 방식이 통하기 어렵다"면서 "동남아 각국 수요에 대응하는 소규모 다품종 생산을 위해서는 현대차 스스로의 혁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