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22 10:10

금산 간디 귀농귀촌희망센터(거버넌스형)

평범했던 시골마을에 학교가 들어서고 도시민들이 조성한 숲속마을이 자리를 잡았다. 전국에서 각자의 삶을 살던 그들이 이곳에 모인 것은 대안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금산 간디 귀농귀촌희망센터는 숲속마을 사람들과 지역민과의 융화를 위해 마을공동 사업을 추진하여 공동체의 가치를 심어주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민을 유치하여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학교와 마을은 뗄 수 없는 하나

“우리는 학교와 마을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을이 학교이고 학교는 마을 안에 속해있는 것이죠. 간디학교는 자립교과인 의식주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의식주를 해결해야 독립적인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주민들은 농촌생활에서 의식주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듯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 바로 간디학교의 교육철학입니다.”

금산 간디 귀농귀촌희망센터(이하 희망센터)의 임종근 센터장은 희망센터 설명에 앞서 간디학교의 교육철학을 강조했다. 간디학교가 희망센터의 모체이기 때문이다.

충남 금산, 충북 제천, 경남 산청 등 전국 다섯 곳에 위치한 간디학교는 단순한 대안학교가 아니다. 배움과 돌봄이 있는 정겨운 마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고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활동도 시작했다.

간디학교는 2007년 금산에 터전을 마련하면서 학교와 함께 귀농귀촌인 마을인 숲속마을을 조성했다. 또한 ‘사단법인 숲속마을 교육사업단’이라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금산 간디학교는 정부의 지원 없이 운영하는 미인가 학교이기 때문에 학비 이외의 다른 수입원 마련을 위해 대안학교를 사회적기업과 연계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최대 이윤이 아닌 적정 이윤을 추구하고 무엇보다 공익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대안학교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희망센터는 교육사업단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새로이 이주해온 숲속마을 사람들과 지역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마을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공동사업은 철저하게 마을 사람들이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모든 작업은 가능한 친환경 또는 생태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민과 숲속마을 사람들이 함께 마을발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진행한다.

이렇듯 간디학교와 숲속마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공동체이고, 지역민과도 교감하면서 더 큰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금산 우리는 다 같은 석동리 주민

숲속마을에는 현재 25가구가 집을 마련하여 살고 있다. 마을이 조성될 당시에는 간디학교 학부형들의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전국에서 귀농귀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외지인들이 하나의 마을을 만들어 자리를 잡다 보니 지역주민과의 융화가 가장 큰 과제였다. 지역민들은 간디학교라는 대안학교의 아이들이 문제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고 도시민들의 유입으로 지역분위기가 자칫 흐려질까 경계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반대로 숲속마을 사람들은 지역민들과는 살아온 삶의 방식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었고, 소극적인 시골살이로 먼저 다가서는 용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이러한 지역민과의 융화문제 해결이 희망센터의 첫 번째 역할이 되었다. 우선 지역주민과 함께 먼저 정착된 산청간디학교를 방문하여 아이들을 만나보게 했다. 밝은 표정을 하고 인사도 깍듯한 아이들의 모습에 지역주민들의 선입견은 많이 누그러졌다.

이번에는 마을공동사업을 추진하여 숲속마을과 지역주민이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을 산책로를 정비하고, 벽화도 함께 그리며 넝쿨 터널도 만드는 등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며 공동의 작업을 완성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서서히 서로의 마음을 열어 교감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 한 마을 사람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도시인들이 와서 마음이 심란하기도 했습니다. 간디학교 학생들의 자유분방함 때문에 불편한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우려한 만큼은 아니었죠. 젊은사람들이 많이 협조를 해주었고, 문제가 있는 학생들의 경우도 학교자체의 개선 프로그램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한 마을 공동사업으로 친밀감이 상당히 두터워졌습니다.”

마을 이장인 김성엽(56세) 씨는 석동리가 이제는 다른 농촌마을과는 달리 학생과 아이들이 있어 사람 사는 활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또한 처음 생각과 달리 귀농귀

촌한 사람들을 통해서 마을이 더 발전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금산 농촌의 삶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다

희망센터는 도시민 유치기반을 조성해 금산군을 알리고 귀농귀촌의 대안적인 삶을 소개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의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농촌문화체험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자연스레 방문객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는 3,000여 명이 희망센터를 다녀갔고 귀농귀촌의 삶을 사는 숲속마을을 직접 확인했다.

이는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이고 큰 안목에서 귀농귀촌의 삶이 존재하는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기도 하다.

한편 금산군에서도 기술센터를 통해서 귀농인 멘토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영농기술, 경영, 정서적 측면에 대한 조언과 현장지도 등으로 귀농귀촌인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숲속마을과 지역주민이 참여한 마을공동사업도 지원함으로써 마을 융화와 도시민유치 기반 조성의 두 가지 성과를 이루는데 함께했다.

희망센터는 앞으로도 기술센터와 지역민과 함께하면서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실패한 사람들의 도피처가 아닌 새로운 삶의 선택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키는 긍정적인 성과를 키워갈 것이다.

금산 귀농귀촌, 철학부터 준비하라

희망센터가 지향하는 차별화된 포인트는 대안적 삶의 제시이다.

“귀농귀촌에는 또 다른 삶에 대한 철학적 기반이 선행되어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제적인 제약에 너무 얽매이는 것보다는 생각을 바꿔서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죠. 우리는 과잉소비시대에 살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소비패턴을 바꾸고 필요한 만큼 벌어서 필요한 만큼 쓰는 농촌생활은 생각에 따라 그리 힘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희망센터에서는 도시를 떠난 대안적인 삶, 조금은 철학적인 관점으로 진정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임종근 센터장은 농촌으로 이주하기 전에 철학부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숲속마을은 그러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했다.

숲속마을과 지역민들이 융화되어 참된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해가는 모습에 도시민들의 발걸음은 이곳 금산으로 더욱 몰려들지 않을까 한다.


@미니인터뷰

금산간디귀농귀촌희망센터 센터장 임종근

Q. 센터장으로서 도시민유치에 대한 계획은?

금산군 농촌관광협회의 농촌관광대학을 다녔고 지금은 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인대학을 다니고 있다. 또한 40여 명의 귀농인들이 모여 만든 귀농인연합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앞으로 농촌관광협회, 귀농인연합회 그리고 희망센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함으로써 세 단체가 연계하여 자발적인 도시민유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Q.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들을 구상하고 있나?

광고대행사에서 25년 정도 기획자로 근무한 경력이 바탕이 되어 체험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올해는 도시텃밭가꾸기교육을 받으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전파할 것이다. 이밖에 쌈채소, 매실, 고구마, 감자 와 관련한 체험프로그램과 효소담그기 등을 준비 중이다. 또한 간디학교 아이들과 모든 주민이 함께하는 마을축제와 마을공동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끈끈한 공동체를 완성하고자 한다.

Q. 센터장으로서 운영상의 어려운 점이 있다면?

귀농귀촌에 관한 큰 틀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기업의 교육사업단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교육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솔직히 그런 부분에서 부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술센터와 같은 기관과 귀농귀촌에 대한 업무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술센터의 협조가 잘 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긴밀한 협조체계로 귀농귀촌 및 도시민유치를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금산간디학교 교육사업단 교사 박성연

Q. 어떻게 금산으로 오게 되었나?

평소 도시에서의 삶에 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행복지수가 높은 저개발국가나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인터넷을 통해 금산 간디학교를 알게 되었고, 대안학교 선생님 교육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다.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무의미한 과잉소비에 젖어 살았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았고, 우리부부가 원하는 삶을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육이수 후 간디학교 중등교사로 일하게 되어 머뭇거릴 이유 없이 금산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Q. 간디학교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한식조리 자격증이 있어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생활요리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귀촌하기 전에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도시민속과 역사문화에 대한 일을 했는데 그러한 경력을 살려 인삼시장상인을 대상으로 춤, 북아트, 미디어 테라피, 스토리텔링, 인삼과 상인의 인생이야기를 담은 브로슈어 만들기 등을 할 계획이다.

Q. 숲속마을에서의 귀촌생활은 어떤가?

숲속마을에는 나와 같은 선생님들도 많이 있고 아기 엄마들도 많아서 서로 챙기고 관심을 가져준다. 텃밭도 가꾸며 작년엔 직접 심은 배추로 김장도 담갔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귀촌을 한 사람들에게도, 꼭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꼭 농업이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직업을 가지고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택구입과 같은 문제에 혜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료제공·농림수산식품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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