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흉물 까마귀' 관광명물 된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지난 22일 오후 6시쯤 울산광역시 중구 태화강 먹거리단지 앞 둔치. 노을을 배경으로 무수한 까만 점들이 갖가지 물결을 이루며 저녁 하늘을 수놓았다. 5만 마리 까마귀 떼가 연출하는 군무(群舞)다.

강변에 모인 200여명의 관광객 사이에서 "와~ 장관이다!"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생태환경투어를 위해 울산을 찾은 부산·순천·군산·철원·창원 등지 환경단체 회원들과 울산 시민들이다. 군무는 까마귀 떼가 인근 삼호대숲의 잠자리에 돌아갈 때까지 30여분 계속됐다.

울산의 겨울 골칫거리였던 까마귀 떼가 '생태관광 상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동안 울산시는 까마귀의 부정적 이미지와 배설물 때문에 "청정 울산의 도시 이미지를 망치는 주범"이라며 고심해 왔고, 주변 주민들이 "까마귀가 앉지 못하게 전선을 모두 지중화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태화강변에서 갖가지 군무체험행사를 벌이고, 겨울철새 생태학교와 생태투어 프로그램도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까마귀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울산의 까마귀 떼는 매년 10월 말 몽골 북부와 시베리아 동부 지역에서 날아와 다음해 3월 말까지 머문다. 떼까마귀와 갈까마귀 종(種)으로 올해는 약 5만2000마리가 찾아왔다. 지난 2010년(2만5000마리)의 두 배다. 최근 10년 새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녹색에너지포럼 황인석 사무국장은 "까마귀가 늘어난 건 환경이 살아났다는 의미"라며 "태화강 물이 맑아지면서 먹이가 많아졌고, 강변의 대숲과 하구에 발달한 모래밭·자갈밭·퇴적지 등 휴식공간이 충분하기에 철새인 까마귀가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울산시는 떼까마귀에 대한 인식 개선 작업도 벌이고 있다. 김규섭 울산시 공보관은 "일반인에게 흉조(凶鳥)로 알려진 건 텃새인 큰부리까마귀"라며 "울산을 찾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는 철새로, 농경지의 벌레를 잡아먹는 익조(益鳥)"라고 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태화강의 생태복원 성공을 상징하는 울산의 진객(珍客)"이라며 "동북아시아 최대 떼까마귀 철새 도래지로 관광 명물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에는 울산에서 한·중·일·대만의 조류 전문가들이 모여 '떼까마귀 국제 심포지엄'도 연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기섭 박사 등 전문가들은 "수만 마리의 떼까마귀가 도심 한복판을 월동지로 찾는 곳은 동북아에서 울산이 유일하다"며 "학술적 연구와 보호를 위한 국제 공조 체계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