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찮은 부모님을 보살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가족 간의 심각한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보는 건 어떨까.
사례 01 | 부모님을 돌볼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
서울 양천구의 최모(48) 씨. 그는 최근 들어 형제들과 사이가 부쩍 서먹해졌다고 말한다. 터놓고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서로를 보는 눈빛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낀다는 것. 최 씨 형제는 비교적 자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지만, 어쩐 일인지 얼마 전부터는 안부전화조차 뜸해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야기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씨의 어머니는 추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자녀들과 따로 살고 있었지만 그나마 이웃들이 일찍 발견해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다행이 수술이 잘 진행돼, 위험한 상황은 넘길 수 있었다. 퇴원까지는 약 두 달이 걸렸다. 하지만 예전의 건강한 어머니의 모습을 다시 볼 수는 없었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혼자 힘으로는 거동조차 쉽지 않았던 것이다.누군가 어머니를 돌봐줘야 했지만 동생들은 난색을 표했다. 집에 수험생이 있다거나, 맞벌이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최 씨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장남의 어깨는 무거웠다. 결국 최 씨의 아내가 휴직을 하고 어머니를 돌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동생들은 처음에는 주말마다 어머니를 찾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방문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모두 아내의 몫이 됐다. 최 씨의 아내는 1년 가까이 어머니를 홀로 돌보고 있다. 그런 탓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최근엔 유독 우울한 기색이 강하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지만 아내가 자신을 원망하는 것은 아닌지, 최 씨는 걱정이 된다.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지친 아내는 대화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 동생들도 전처럼 자신을 살갑게 대하지 않는다. 부양을 돕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쌓여서일 것이다.
최 씨처럼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님을 돌보는 문제를 놓고 가족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형제들 모두가 짐을 적절하게 나누어 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각기 환경이 다르므로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렇다고 누구 한 사람에게만 무리한 책임을 지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랬다가는 자연히 불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가족 사이의 믿음이 깨지고 서운한 감정이 생긴다면 적절한 대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모님을 돌볼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 요양원 등 시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이런 경우 전문 케어기버(caregiver)의 돌봄 서비스를 받는 것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사례 02 | 치매 등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은 전문 케어프로그램으로 상태가 한결 호전됐다.
서울 서초구에 살고 있는 권모(51) 씨 역시 마음고생을 오랫동안 해왔다. 권 씨의 어머니는 우울증을 동반한 치매 증상이 있어 누군가 항상 곁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직장을 포기한 채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시설 입소도 고려해보았지만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고 왠지 어머니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이내 생각을 접었다. 결국 가족들이 모든 짐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가족이 돌아가면서 어머니를 보살폈지만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어머니의 우울증이 악화되면서 가족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갈수록 커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자연히 가족 간의 다툼이 일었다. 최 씨는 더 이상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섰고,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최 씨가 ‘홈인스테드코리아’를 알게 된 것은 이 무렵이다. 홈인스테드코리아는 시니어 케어 전문 기업으로,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별도로 운영한다. 업체 담당자로부터 일주일에 2회 이상의 전문케어 서비스를 권유받은 최 씨는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4시간씩 케어기버가 최 씨의 집을 찾았다. 치매 케어 교육을 이수한 전문 케어기버는 어르신의 인지 자극을 위한 치매 케어 프로그램과 운동 보조를 진행한다. 서비스 시작 후 가족들은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긴 시간은 아니라 해도 가족 개개인의 시간이 생겼을뿐더러 어머니는 더 체계적인 케어를 받았다. 서비스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놀라운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가족들 속을 태우던 어머니가 약 3개월 만에 웃음을 되찾은 것.
1년이 지난 후에는 뜨개질을 하여 만든 소품을 가족에게 선물할 정도가 됐다. 어머니가 건강을 되찾자 가족들도 화목을 되찾았다.
사례 03 | 어르신이 건강한 경우에도 케어기버의 서비스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서울 용산구에 살고 있는 김모(50) 씨는 케어기버 덕을 톡톡히 봤다. 김 씨의 어머니는 나이에 비해 신체적으로 건강한 편이지만 최근 들어 부쩍 우울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것이 김 씨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자신과 아내 모두 직장에 매여 있는 터라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홈인스테드코리아는 김 씨에게 동반자 서비스를 권했다. 동반자 서비스는 신체적으로 건강한 어르신 대상의 홈케어 프로그램으로, 케어기버가 문화 체험, 대화, 쇼핑, 산책 등을 함께 하면서 가족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신개념 케어 서비스다. 일주일에 하루 케어기버가 김 씨의 가정을 방문해 동반자 서비스를 제공했다. 어르신은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오래지 않아 케어기버와 친숙해졌다. 그동안 같이 갈 사람이 없어 가지 못한 곳을 케어기버와 함께 다니면서 쉽게 마음을 터놓게 된 것이다. 이제는 자녀에게는 못하는 이야기를 케어기버에게는 쉽게 말할 정도가 됐다. 한번 터진 말문은 가족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어머니가 자녀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
밝은 모습을 되찾은 것은 물론이다. 김 씨는 작은 투자를 했을 뿐인데 가족 간의 화목을 되찾았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케어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홈인스테드코리아의 양명주 사무국장은 “가족 간 불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부모님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가족 구성원의 여건이 허락되지 않거나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손을 대신할 수 있는 전문 케어기버의 도움을 받아 가족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